▲ 영화 ‘미스터 홈즈’ 스틸. (제공: ㈜플레인글로벌)

배는 불룩하고 눈은 침침한
93세 백발의 노인 된 홈즈

파트너 왓슨도 세상 떠난 뒤
자신의 사건들 정리하던 중
흐릿해진 은퇴의 기억 더듬어

새로운 관계, 정체성 혼란 등
전작들 비해 내면 묘사에 초점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세계에서 가장 완벽했던 탐정 셜록 홈즈가 마지막 추리를 시작했다. 영화 ‘미스터 홈즈(감독 빌 콘돈)’는 가장 완벽했던 탐정 ‘셜록 홈즈(이안 맥켈런 분)’ 자신을 은퇴로 내몰았던 마지막 사건의 추리를 다시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오랜 친구이자 추리의 소울메이트인 왓슨과 유일한 혈육인 형 마이크로프트는 죽었다. 평생의 숙적이었던 모리어티도 이 세상에 없다. 헌팅캡을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문 채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통찰력을 뽐냈던 천재 탐정 셜록 홈즈.

날카로운 관찰력은 여전하지만 1947년의 셜록 홈즈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제 더는 추리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늙고 병들었다. 93세가 된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인 살 수 없는 백발의 늙은이가 됐다.

▲ 영화 ‘미스터 홈즈’ 스틸. (제공: ㈜플레인글로벌)

은퇴 후 고즈넉한 시골에서 가정부 ‘먼로 부인(로라 리니 분)’, 그의 아들 ‘로저(마일로 파커 분)’와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사는 홈즈는 인생의 말년에서 자신의 사건들을 정리한다. 이전에는 열어보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왓슨의 책과 영화를 보고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본다.

“한때는 나도 진짜였소, 왓슨이 나를 소설로 쓰기 전까지는… 그 후엔 선택해야 했소. 가공의 인물처럼 살지, 평소처럼 살아갈지.”

오랜 친구 겸 전기작가의 권유로 마지막 사건을 책으로 쓰던 홈즈는 로저에게 미완성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저는 홈즈에게 “왜 더 이상 쓰지 않냐”고 묻지만 홈즈는 대답이 없다. 천재적인 추리력으로 두뇌싸움을 벌이던 그는 점점 기억이 사라져 간다. 로저의 이름도 소매에 적은 뒤에야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흐릿한 기억에는 한 여인이 계속 등장한다. 홈즈는 그 여인과 30년 전 자신이 은퇴한 이유가 연관돼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기억해내려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제작한 약을 먹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 영화 ‘미스터 홈즈’ 스틸. (제공: ㈜플레인글로벌)

“부인이 지키려는 약속을 막아야겠습니다.”그럼에도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홈즈는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로저와 함께 양봉을 하다가 벌에 물린 로저를 보고 기억을 떠올려 30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홈즈는 의뢰인의 아내 앤 켈못을 미행하던 중 그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홈즈는 의문의 여인 앤 켈못에게 이 같은 말을 한다. 그녀의 정체는 누구이고 홈즈가 은퇴하게 된 마지막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괴팍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진 셜록 홈즈의 독보적인 매력 탓인지 200여편이 넘는 영화가 나올 정도로 전 세계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셜록 홈즈.

영화 ‘미스터 홈즈’에선 이전에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온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베네딕트 컴버배치처럼 잘생기고 남성적인 매력을 뽐내지 않는다. 볼록 나온 배에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하며 심지어 눈도 침침해 돋보기를 사용해야 책을 볼 수 있는 할아버지 홈즈가 관객들을 맞는다.

노년의 홈즈는 셜록 홈즈 탄생 120주년을 맞아 원작자 코난 도일을 기리기 위해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 현대 작가들이 발표한 새로운 시리즈의 가운데 첫번째 소설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냉철한 모습에 소시오패스로까지 보이는 그는 노년에 이르러 정체성의 혼란과 새로운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절망하고 죄책감에 빠지는 등 과거엔 보이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 영화 ‘미스터 홈즈’ 스틸. (제공: ㈜플레인글로벌)

빌 콘돈 감독은 이처럼 새로운 홈즈를 만들었다. 그의 대사 “내가 책을 쓴다면 바로 잡을 오해들이 산더미같이 많을 거다”를 보면 알 수 있듯 지금까지 다른 작품은 소설 속 홈즈를 그렸다면 이번 영화에선 홈즈의 내면을 보게 될 것이다.

또 허드슨 부인과 왓슨의 빈자리를 가정부 먼로 부인과 아들 로저가 채웠다. 로라 리니는 언젠가 세상을 떠날 홈즈로 인해 상처받을 아들을 염려해 둘의 관계를 못마땅하게 여겨 홈즈와 신경전을 벌이는 먼로 부인 역을 소화했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한국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마일로 파커는 왓슨에 버금가는 홈즈의 새로운 파트너 로저로 활약했다.

늙은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받은 ‘미스터 홈즈’는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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