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DB

비대위 구성안 여전히 오리무중
정 “많은 얘기 들으려 한다”
전국위 무산 이후 ‘우왕좌왕’
친박·비박 물밑 신경전 계속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새누리당의 표류도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나 혁신안 등 4.13총선 참패의 후유증에서 당을 건져낼 수습 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비대위 출범의 열쇠를 쥔 정 원내대표는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비대위 구성 방안을 놓고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는 24일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출범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많은 얘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제가 거동이 좀 느려서”라면서도 “다만,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중심에 서겠다고 했는데, 중도의 길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게 어떤 영국 정치인이 한 말”이라고 했다. 비대위 구성과 당 혁신 방향을 놓고 갈등에 휩싸인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에서 묘안을 짜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빗댄 표현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키를 잡은 새누리당 역시 지난 17일 ‘친박 보이콧’에 따른 전국위원회 개최 무산으로 당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이 좌초된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당 혁신위원회를 따로 세우지 않고 혁신형 비대위로 일원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과 방안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정 원내대표에게 일임했다. 당 비대위 구성에 대해 정 원내대표가 다시 전권을 쥔 모양새가 됐지만, 이미 친박의 반발로 비대위 출범이 무산된 만큼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정 원내대표는 25일 당선인·당협위원장 총회를 소집해 비대위원장 겸임과 비대위원 구성 문제를 비롯한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총회가 연기되면서 이 또한 뒤로 미뤄지게 됐다. 정 원내대표는 총회 연기에 대해 장소 문제나 촉박한 일정을 표면적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선 총회의 참석자 범위 확대로 비박 성향 인사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지자 친박에서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물밑에선 비대위원장 인선과 비대위원 구성 문제를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비박 쇄신파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이런 때일수록 정진석 원내대표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강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본인이 생각하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혁신, 쇄신형 비대위를 구성하는 부분에 대해 결코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쇄신형 비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맡을 적임자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친박 재선 그룹은 현재의 비박 중심 비대위 인선 결과를 원점으로 돌리고 무계파 성향의 인물로 비대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위원장도 원내대표가 겸직하는 대신 당 안팎에서 별도의 인물을 인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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