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강남역 인근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4)씨의 현장검증이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김모씨는 현장검증에 앞서 취재진에게 “피해여성과 가족에게는 미안하다.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모씨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강남역 인근 살인사건’ 현장검증이 24일 실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사건이 일어난 강남역 인근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공용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오전 9시께 경찰차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검은색 상의와 검은색 모자를 쓰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피의자 김모(34)씨는 경찰차에서 내렸다. 포승줄에 묶인 김씨는 경찰과 사건 현장인 공용화장실 쪽으로 한걸음씩 이동했다.

‘유가족에서 할 말이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피해 여성과 유가족에게 미안하다”며 “피해자에게 개인적 감정이나 원한은 없다. 개인적으로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개인적인 원한이 없는데 피해자를 왜 살해했느냐’는 질문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말했고, 차후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유나 동기에 대해 또 답변드리겠다”고 답했다. 현재 심경에 대해서는 “담담하다”고 짧게 말했다. 범행 대상을 남자가 아닌 여성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현장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경찰은 김씨의 범행 동선과 살해 방법 등을 확인했다.

한증섭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장검증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피의자는 범행 시작 전후 담담히 재연했다”며 “경찰에 진술한 것과 재연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죄 사실에 대한 입증과 증거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필요한 조사도 끝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에 대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26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2일 이번 사건에 대해 “망상적 사고와 표면적 범행동기 부재 등으로 보아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번 사건이 ‘묻지마 범죄’가 아닌 ‘여성혐오 범죄’라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강남역 인근 학원을 이용하는 한 여성도 여성혐오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선인(28, 여)씨는 “사건이 일어난 곳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장소”라며 “피의자가 범행 전 기다렸다가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시민인 박미향(32, 여)씨는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사회 제도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일은 많이 발생한다. 억압, 핍박을 받은 사람은 정신적 문제로 인해 잘못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며 “이번 사건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인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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