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왼쪽부터). 5회의 연재기획을 통해서 누적판매 1억대를 달성하고, 세계 판매 5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명암(明暗)을 살펴봤다. 전문가와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오너가 아닌 국민이 키운 기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과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은 소비자가 인정해준다는 것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현대차그룹의 명암(明暗) 연재기획(5)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나윤석 자동차칼럼니스트 겸 컨설턴트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세계 판매 5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에 대해 “고속 성장 뒤에는 성장통이 있다”며 “잘 서고, 잘 멈추느냐 등과 같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어백 미작동 문제, 차량 물새는 문제, 핸들 쏠림 문제 등은 다 기본기에 해당한다”며 “이런 것을 제대로 해야 토요타, BMW 등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점 시인하는 신뢰가 기본”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건물이 제대로 설 수 없는 것은 진리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최초로 세상에 알렸다.

이어 올해 1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직접 제네시스의 첫 차 EQ900(이큐나인헌드레드)를 소개했다.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고급차를 내세울 수 있으며, 그동안 소비자 불만이 많았는데 고급차 브랜드 서비스를 어떻게 이뤄내겠느냐는 평가다.

박병일 자동차정비 명장은 “수입 자동차가 국내에서 점유율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 자동차 업체들도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때에 구태의연함을 버리고 물건이 문제가 있으면 솔직히 시인하고 개선해서 더 좋은 차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우리 국민들도 수입차보다 국산차를 신뢰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24만 3900대를 기록해 전년(19만 6359대)보다 24.2%나 증가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합산 판매는 801만 2995대로 전년(800만 2925대) 대비 0.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배신감이 수입차로 발길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선루프가 저절로 깨진 현대차 차량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는 이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했던 현대차가 인정한 결함으로, 리콜사항이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CCTV(폐쇄회로 카메라)에 선루프가 스스로 깨지는 모습이 촬영됐음에도,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비자 잘못으로 몰았다. 또 리콜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는데, 차주는 국토부에 문의한 결과 ‘리콜은 종료기간이 없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해당 문제를 조사했던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당시 소비자원에 신고된 선루프 문제는 28건이나 됐다”며 “신고 접수된 차종에는 현대차 YF쏘나타, 기아차 K7 등도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리콜을 해야 하는 것으로 판명된 사안임에도 현대차는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고 변명하기에 일관했다. 이는 소비자의 안전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는 모습을 스스로 보인 셈이다.

◆“오너 중심 문화가 문제 야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소위 오너기업(가족승계기업)의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기업이 소비자의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보다도 오너의 눈치를 보는 데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태는 경영권 장악에 힘쓰는 오너와 이들을 위해 실적에만 신경 쓰는 경영진과 직원을 양산한 결과 때문이라고 외신은 평가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디젤 사기극을 벌인 폭스바겐 문제의 핵심은 대주주의 눈치만 보는 폭스바겐 경영진과 오너의 경영권 다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가 인터뷰한 과거 배출가스 관련 기술 개발연구를 맡았던 고위 관계자는 “오너들은 자신들의 경영권 장악에 힘을 싣기 위한 실적에만 골몰하면서 환경규정에 적대적이었다”며 “실적에만 골몰하는 엔지니어와 경영진을 양산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또한 고(故) 정주영 회장에서 정몽구 회장 그리고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진 오너기업이다. 전문경영인을 세웠다 하더라도 오너가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행보, 소비자 보호보다는 실적 위주의 경영 등이 우선시 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차량 핸들인 MDPS(전동식 파워스티어링) 문제로 소비자의 불만과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문제를 인정하고 신속히 부품을 교체하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최대한 저가의 부품만 교체하는 수준으로 마무리 했다.

15년차의 국내 한 언론인은 현대차에 대해 “소비자 문제와 관련된 기사보다는 오너와 관련된 기사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올리면 문제점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습보다는 정몽구 회장을 언급한 기사 제목이나 사진 등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맛집이 주는 교훈 ‘정성’

5회의 연재기획을 통해서 누적판매 1억대를 달성하고, 세계 판매 5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명암(明暗)을 살펴봤다. 전문가들이나 업계 관계자, 소비자들을 인터뷰할 때 공통적으로 현대차를 향해 지적하는 것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너가 아닌 국민이 키운 기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과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은 소비자가 인정해준다는 것이었다.

규모는 작아도 늘 손님이 많은 한 식당의 주인은 “가족에게 먹인다고 생각하고 만든 음식이 입소문이 난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으로 말한다. 정성을 다해 잘 해주면 감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글로벌 기업을 향해 달리는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는 방법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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