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매일 치고 박고 싸우는 형제를 둔 부모는 편안한 날이 별로 없다. 사이좋게 지낼 때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합심해서 사고라도 치면 엄마의 주름살이 또 한 개 생긴다. 이상적인 형제관계를 맺게끔 도와주는 방법은 없을까?

축구를 이제 막 시작한 동생에게 부모는 “우리 OO는 처음인데도 공을 잘 차는구나”라고 칭찬을 한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형은 “제가 훨씬 더 잘 해요. OO은 너무 잘 못해요”라고 동생을 깎아내린다. 의젓하고 너그러운 형으로서의 모습을 기대하는 부모는 여간 실망하지 않는다. 아이는 형으로서 동생에 대한 우월감을 계속 유지하려는 심리적 욕구가 강하다. 이러한 욕구의 이면에는 동생이 점차 자라나고 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간다는 불안의 마음이 숨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오로지 형만 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점차 동생도 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몸집도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커질 수 있으며, 지식의 수준도 더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면 형이 동생에 대해서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쫓기는 사람과 쫓는 사람의 심리를 생각해 보면, 누가 더 불안할까? 하지만 형제는 단순한 경쟁 관계를 넘어선 협력의 관계요, 우애로 이어지는 가족 관계다. 부모는 이러한 점을 형에게 잘 설명해줘야 한다. 즉 동생도 언젠가는 너처럼 축구도 잘 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도 잘 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 준다. 동생에게도 형보다 더 잘 하는 것보다 형처럼 잘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면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부모는 형에게 “맞아. 네가 훨씬 더 잘해. 앞으로 네 동생도 너처럼 축구를 잘 하게 되면 좋겠다”라고 반응해 주자. 동생에게도 “우리 OO가 처음인데도 엄청 잘 하네. 형도 그랬어. 너도 형처럼 잘 하게 될 것 같아”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부모는 형과 동생 중에서 누가 더 잘 하는 것보다는 둘 다 잘 하게 되는 것을 더 바라고 좋아함을 자연스레 일러주는 셈이다.

형제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면? 일단 엄마를 향한 형제의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둘 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 주는 것이 좋다. 즉, 둘 다 엄마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서 경쟁을 벌이지만, 어느 한 쪽에 독점시키지 않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알게끔 해 준다. 물론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에 늘 아쉬울 수 있다. 또한 엄마가 말로는 똑같이 사랑한다고 할지라도 아이가 보기에 때로는 자신이 또 때로는 상대방이 더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늘 한 쪽만 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끔 하면 된다. 부모는 형제의 다툼에 있어서 객관적인 판결을 내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둘의 우애와 화해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훈육한다. 즉 형에게 “너는 ~가 잘못이야”라고 말하고, 동생에게 “너는 ~가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일단 그 자리에서 서로의 다툼을 중지시키고, 잠시 분노나 흥분을 가라앉힌 다음에 서로 안아주게끔 해 준다. 이때 부모가 둘 다 칭찬을 해 주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응방법이다.

평소 부모는 두 아들에게 서로 형제관계임을 강조하는 말과 함께 사이좋을 때의 모습이 더 많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즉 “너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형제야. 친구보다 더 가까운 서로 사랑하는 사이야”라는 말을 들려주면서 “사이좋게 지낼 때가 많은데 어쩌다가 서로 다투게 되었지?”라고 반응해 준다. “형제니까 금세 화해할 수 있어. 엄마와 아빠도 서로 다투었다가 금세 화해해”라고 말해주면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다. 형제의 다툼에 대해서 실망하는 표정을 지을 수 있지만, 한쪽을 탓하는 말은 절대 삼가자. 편애의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과 동생이 서로 상대방을 위하면서도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형제관계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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