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연구부 공학박사 조영조

초롱유치원 펭귄반 영어시간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간이다. 몸통은 펭귄처럼 생겨 뒤뚱거리며 굴러다니지만, 머리에는 최신의 LCD 모니터가 달려 있는 로봇이 유치원 선생님을 도와서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얼굴 모니터에는 항상 밝게 웃는 친절한 원어민 영어선생님 제시카의 얼굴이 나타나 있다.

먼저 출석 부르는 시간에는 로봇이 자동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인식하고는 바로 이름을 부르는데, 아이들은 자신을 알아주는 로봇에 반갑게 대답하며 인사한다. 로봇은 이미 지식창고에 영어 수업을 받는 모든 아이들의 영어 수준과 성격을 다 기록해 놓고 있어서, 해당 아이들의 차례가 되면 아이의 수준과 성격에 맞추어 유창한 발음으로 아이들과 대화하며 성취도를 파악하여 기록해 놓는다.

일주일에 한 번 제시카 선생님은 원격에서 로봇을 조작하며 화상 채팅하듯이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 때 아이들은 마치 미국 현지에 와 있는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유치원 선생님은 그저 로봇에 아이들의 차례를 지정하는 일 정도밖에 안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돌아가며 영어교육의 질도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

이상은 미래에 로봇이 어린이 교육에 활용되는 사례를 가상의 시나리오로 엮어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모습을 우리는 올해 말 정도에 전국 유치원에서 보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11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에 ‘로봇기반 교육지원단’을 설립하고 올해에만 전국 500여 개소의 유치원에 로봇을 보급하여 교육에 활용하는 이른바 ‘R-러닝’ 사업을 시작하였다. 향후 3년 내에는 전국 50%를 차지하는 4000여 개 유치원에 유아교육용 로봇을 보급하고 원활한 교육로봇 콘텐츠의 공급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할 계획도 아울러 발표하였다.

사실 유치원처럼 커리큘럼보다는 교사의 능력에 의해 교육의 질이 좌우되는 교육환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유치원 교사에 대한 도농간 수준차가 있고 이직률도 높은 편이다. 그래서, 유치원 교육의 질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T)을 교육에 활용하는 이른바 ‘e-러닝’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어린 아이들처럼 주의가 분산되기 쉬운 경우에는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여 주의를 집중시키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로봇을 활용한 R-러닝은 피교육자와 강력한 상호작용 수단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어린이 교육보조 대책으로 고려될 수 있다.

로봇이 일반 컴퓨터와 다른 점은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을 갖고 있고, 스스로 판단하여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거나 소리 또는 제스처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간과 로봇 간의 상호작용 기술들은 어린이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교육에 몰입할 수 있게 하여 로봇이 어린이 교육의 한 부분을 담당할 기회를 주고 있다.

유치원보다는 작은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초등학교 교육용 로봇에 대한 시범사업도 지난해 말부터 지식경제부산하 KIST 프론티어 지능로봇사업단을 주축으로 마산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역시 초등학교의 영어교육에 로봇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궁극적으로는 공교육 내실화와 소득/지역별로 균등한 선진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듯 로봇은 인간 친화적인 다양한 기술로 많은 생활영역에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현재 계획한 대로 로봇들이 어린이 교육에 성공적으로 활용되어, 앞으로 젊은 세대가 육아시설의 로봇에 아이를 맡기고 편하게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그날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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