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셋째 황솔, 둘째 황설, 첫째 황슬, 넷재 황밀 자매. (사진제공:길병원)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백하나 기자] 21년 전 가천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쌍둥이가 같은 병원에 나란히 간호사로 취업했다. 이 영화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황슬, 설, 솔, 밀(21세) 네 자매.

1989년 인천시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쌍둥이는 16일 이 병원에 출근해 가운을 입고 오리엔테이션에 임했다. 얼굴도 모습도 닮은 네 자매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21년의 기적처럼 일어난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새겼다.

가천 길병원과 네쌍둥이의 아름다운 인연은 21년 전 겨울. 1989년 당시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56세) 씨와 어머니 이봉심(56세) 씨는 네쌍둥이를 임신하고 인천의 모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출산 예정일이 며칠이나 남았는데 산모의 양수가 터져 버렸다. 인큐베이터가 없어 분만이 어려웠던 동네 병원은 큰 병원을 가야한다고 부부를 재촉했다. 부부는 분만비도 없었지만 길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네쌍둥이를 낳아야 하는 고된 산고 끝에 1989년 1월 11일 기적처럼 네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아이를 받아든 기쁨도 잠시. 부부는 당장 입원비며 인큐베이터 비를 걱정했다. 이를 딱하게 여긴 길병원 이길여 이사장은 일체 병원비도 받지 않고 산모가 퇴원할 때까지 돌봐 주었다.

그리고 이 이사장은 부부에게 “네 아이들이 자라 대학에 입학하면 등록금을 대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 영동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수시에 합격한 네 자매는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구청에 등록금 마련도 알아봤지만 선뜻 등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 21년전 네쌍둥이와 이길여 이사장. (사진제공:길병원) ⓒ천지일보(뉴스천지)

18년 전의 약속을 떠올리며 가족들을 수소문하던 끝에 경기도 용인에 네쌍둥이 가족이 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시 한 번 극적인 재회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 이사장은 기특하게 자라준 네쌍둥이에게 입학등록금과 2300만 원의 장학금을 선물했다.

한편, 2006년 9월 이길여 이사장은 사진첩을 정리하다 우연히 네쌍둥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키보다 훨씬 자란 19살 소녀들에게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하면 전부 길병원에 간호사로 뽑아 주겠다는 것이다.

“너희가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면 간호사로 뽑아 줄게. 네쌍둥이가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면 같은 사람이 홍길동처럼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환자를 돌보는 줄 알꺼야.”

네쌍둥이는 이때 말한 이사장의 따뜻한 미소와 약속을 기억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지난 10일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했다. 대학 3년간 이길여 이사장은 학비지원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매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서로서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맏이인 황슬 씨는 “이길여 이사장님이 약속을 모두 지켰듯이 우리 자매들도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열심히 섬기는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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