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색안경을 끼고 보면 다 그 색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빨간색 안경을 쓰고 있으면 바라보는 사물의 색이 흰색이어도 빨갛게 보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을 벗지 않는 한 절대 본래의 색을 알 수 없다.

사람은 공존하며 살아간다. 여기서 공존이라는 말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말이며, 이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그런데 자기만의 색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공존’이라는 말은 그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자기가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이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공존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세상과 공존할 수 없는 이유를 자기 자신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다른 존재에게서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끝난다면 차라리 낫다. 허나 기자나 언론처럼 객관적이고 공적인 입장에 있어야 할 이들이 색안경을 낀 채 세상을 바라보고, 사건을 보도한다면 이는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후죽순 생겨난 인터넷 언론을 비롯해 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한다고 자부하는 일간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언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좋은 언론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위로가 된다면, 언론답지 않은 언론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이 공정성을 잃어버리는 것. 이는 그 언론사의 헤드라인만 봐도 알 수 있고, 그들이 무엇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소위 말해, 이슈가 되는 키워드만을 사용해 자극적인 기사를 담아낸다거나, 사건의 당사자들 쌍방의 이야기가 아닌 한 쪽만의 주장을 실어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독자들을 현혹시킨다거나, 이익 창출이나 권력 유지 등을 위해 사건의 진상을 호도하는 행위를 일삼는다거나, 혹은 이 모든 것들을 종합선물세트마냥 포장해서 언론의 기본을 흐리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언론들이 바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언론답지 않은 언론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언론사들의 과거 오보행진부터 시작해 적절하지 못한 방송, 방송윤리․취재윤리 등 기자로서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마저 상실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언론의 기능을 상실했고, 기자 또한 저널리스트로서의 기능을 잃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과거에도, 현재도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기자들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자가 진실만을 전하겠다고 다짐해도 언론사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독자들은 진실을 알 수 없고, 우리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해당 언론사들이 사주하는 대로, 그들이 짜놓은 각본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소속 언론사의 재정난 극복을 위해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특정 단체나 특정 종교, 종단에 대한 무차별 흠집 내기,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방송 프로그램 만들기 등을 밥 먹듯이 하고도 자신들이 의인인 양 자랑스럽게 떠드는 언론사까지 등장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CBS,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 대해 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 박재현 교수가 낸 칼럼 중에 이런 내용이 있어 잠깐 소개한다. “종교계에서 설립한 방송사라 하더라도 지상파 주파수를 배정 받은 이상 방송은 공기(公器)이기에 다른 종교나 종파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프로그램을 쏟아낸다면 그 해악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통’과 ‘이단’ 문제는 같은 무리의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말할 수는 있다. 학술 주제로 삼아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방송사에서 다루거나 판단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방송은 판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을 가진 집단과 가지지 못한 집단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방송 매체를 동원하는 것도 비겁하다. 스피커의 크기가 달라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잘 지적한 부분이다. 기자나 언론, 방송은 판정해서는 안 된다. 눈으로 보이는 사실이 아닌 확인된 진실을 전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쓰고 있는 편견과 오만의 색안경을 벗어 던져야 한다.

수년 전부터 본지를 향한 확인되지 않은 사건이나 사실들을 마치 사실인 듯,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가면서까지 없던 일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카더라’ 통신계의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언론이 있다. 그들이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없이 비난하고 비방할 때도 우리는 무차별 공격하지 않았다. 사실과 증거를 들어 그들의 잘못된 비판과 오보된 내용에 대해 반론의 과정을 거쳤을 뿐이다.

진실을 모르고 사실 확인을 못했으니 그들이 본지를 음해하기 위해 낸 기사에 기자이름도 없다. 무엇이 두려운가. 정당하다면 확실한 증거를 들고, 확인 작업을 거쳐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에 종사하는 이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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