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김몽선(1940 ~ 2014)

까만 허공 널리 별들 시간이란 동굴

때로는 빛과 어둠 그 차림도 낯이 설다

뭘 알까 미답(未踏)의 우주 한 점 불티 미물 인간

[시평]

어느 과학도의 이야기이다. 과학이 발달해 인간이 무엇이든지 다 아는 듯하지만, 가장 작은 미립자인 생명의 근원이 되는 분자가 과연 어떠한 것인지 알지 못하며, 가장 큰 우주가 궁극적으로 어떠한지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까만 허공 가득 널려 있는 별들. 저 별들이 자리하고 있는 우주를 과연 공간(空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시간(時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끝도 시작도 없는 무한한 공간과 언제 시작됐는지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이 함께 하는 시공(時空), 그래서 우주를 ‘시간이라는 동굴’이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시간과 공간이 함께 하는 이 광활한 우주. 한 점 타오르다가 이내 소진해 꺼져버리는 한 점 불티에 불과한 인간. 이러한 작디작은 인간이 과연 무엇을 알까, 이 미답(未踏)의 우주에 관하여. 깜깜한, 알 수 없는 무한의 우주로 펼쳐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그 밤하늘 한구석 어딘가에 서서, 광활한 우주 기웃, 기웃거리다 보면, 아 아 그 누구도 이러한 생각 속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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