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대 여대생 납치’ 사건을 목격한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해 유포된 동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언론·경찰, 명백한 납치인데도 신천지 때문에 부모 버린 패륜아 취급”
“CBS, 이단특강서 허위사실 유포 … 내용증명 발송해 정정
·사과 요구”

[천지일보=이솜 기자] 약 4년 전인 2012년 7월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서는 ‘전남대 납치사건’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급격히 1위로 떠올랐다. 해당 동영상에는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 주변으로 건장한 남성 몇 명이 여성 한 명을 급히 차에 태우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여성은 “도와주세요”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며 주변 남성들이 달려들어 이를 저지했지만 차량은 여성을 강제로 태우고 출발했다. 당시 경찰은 ‘부모가 딸을 종교로부터 떼어놓으려 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사건을 일축했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일주일 후 납치를 당했던 여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골자는 경찰의 말대로 간단한 해프닝이 아닌 명백한 납치였으며, 많은 언론들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을 패륜아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임씨는 납치의 원인이 강제개종교육 때문이었으며, 앞서 2차례 납치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을 납치하도록 가족을 사주한 강제개종 목사와 브로커 등에 대한 처벌도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주목을 받았으나 경찰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으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갔던 언론들은 귀를 닫았다.

16일 만난 전남대 납치사건의 피해자인 임미정(가명, 26, 여)씨는 여전히 4년 전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 사건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2가지다. 트라우마와 주홍글씨. 당시 5명의 남성들이 내 머리채를 사정없이 잡아 질질 끌고 짐승 다루듯 차로 밀어 넣고 온몸을 구타했다. 어떤 22살의 여성이 이를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또 친인척은 물론 학교 동문들과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 심지어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사건이 잘못 알려져 ‘신천지에 빠져 가족도 버린 패륜아’로 낙인이 찍힌 채 살았다. 당해보지 않고선 내 고통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에도 모자라는지 CBS에서는 이단특강을 통해 당시 사건을 예시로 들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더라. 그래서 최근 류영모 CBS 이사와 변상욱 CBS기독교방송국 총괄본부장에게 내용 증명서를 보냈다.

-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가.

피해자인 나에게 확인 한 번 없이 특강이나 강연 등에서 당시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했으니 이에 대한 정정 보도와 사과 방송을 하라는 것이다.

▲ ‘전남대 여대생 납치’ 피해자 임 씨는 사건 1주일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이 경찰과 언론들에 의해 왜곡됐다고 말했다. 임 씨는 경찰에 재수사를 촉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최근 미국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을 강제로 벗긴 사건에 대해 미국 법무부는 ‘모든 미국인은 차별과 폭력 없이 종교적 신념을 평화롭게 행사할 수 있고 종교적인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미국의 근본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정부와 CBS, 언론들에 묻고 싶다. 한국의 근본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CBS 방송은 종교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신천지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는 듯이 보도한다. 그게 CBS에서 말하는 사랑이다.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사랑을 외치며 테러를 자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CBS는 자신들의 방송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언론에게는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도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벌건 대낮에 여대생 머리채를 끌고 차에 가두는 모습이 상식적인가. 자신의 자녀를 그렇게 데려가도 가십거리 기사로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는 나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CBS와 언론들의 허위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당시의 받은 충격과 고통은 여전하지만 이에 벗어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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