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현신일

긴 터널과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 갈 유년시절의
은하철도를 기다립니다.

지하철을 타고 지상을 달려
지상철이 되고 하늘을 달려
천상열차가 되길 소망합니다.

콩나물시루에 파김치를 싣고
떡이 될 때까지 달리고 달려 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로 출발하는 기다림이 있는 
여기는 지하철입니다.

 

[시평]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도심을 실낱같이 이어나간 지하철. 때로는 몇 번씩 환승을 해가며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에 매달려 삶을 위하여 출퇴근을 한다. 지하철은 지상철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강의 다리를 건너기도 하며, 긴 터널과 어둠을 헤치고 우리를 싣고 달린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늘 만원이다. 그래서 콩나물시루가 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파묻히어 파김치가 되기도 하고, 떡이 되기도 하며, 우리는 우리의 일터로 나가고, 또 우리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그 시간. 우리가 타는, 우리가 기다리는 그 지하철이 은하수를 건너갈 유년시절의 은하철도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리하여 지하철이 지상철이 되고, 또 천상열차가 된다고 생각을 한다면, 우리 모두 여기 지하철에서 내일로 출발하기 위한 그 기다림으로 새로운 설렘이 있지 않겠는가. 비록 콩나물시루의 파김치가 되고, 떡이 되는 지하철일망정, 우리 모두 내일을 향한 그 설렘의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은하철도를 타고 달리는 우리의 빛나는 아, 아 내일이 되지를 않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