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타격 내홍 더 확산하나
학생들 “즉각 사퇴하라” 압박
학교 측 “정치적 의도 의심돼”

▲ 동국대 제18대 총장 보광스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동국대학교 총장 보광스님(한태식)의 박사학위 논문이 일본 불교학자들의 논문을 무단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교단자정센터, 연경불교정책연구소는 최근 ‘한태식 박사학위논문 표절 의혹 검증 보고서’를 공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보광스님이 1989년 일본 붓쿄(佛敎)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신라정토사상의연구’ 가운데 주요 내용이 담긴 3, 4장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소장 불교학자 5명이 표절 의혹을 검증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들은 보고서에서 보광스님의 박사학위 논문이 에타니 류카이 붓쿄대 전 학장이 1976년 발표한 ‘정토교의 신연구’와 류코쿠(龍谷)대 미나모토 히로유키 박사가 1978년 발표한 논문 ‘신라정토교의 특색’ 등을 인용 표시 없이 그대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연경불교정책연구소 등은 표절의혹 관련 보고서를 통해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의 박사논문이 미나모토 박사의 ‘신라정토교의 특색’ 논문 14쪽의 원고지 4매 분량을 아무 인용표시 없이 그대로 표절했다”며 “또 같은 논문의 17∼18쪽 원고지 4매 분량도 무단 도용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에타니 류카이 교수가 발표한 ‘정토교의 신연구’에 실린 4편의 논문에서 원고지 12장 이상을 아무런 인용표시 없이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교단자정센터, 연경불교정책연구소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태식(보광스님) 박사학위논문 표절 의혹 검증 보고서’를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제공: 연경불교정책연구소)

◆日학자 논문 핵심 내용 60∼70% 표절 의혹

총장 보광스님 표절의혹 검증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김영국 연경불교정책연구소장은 “올해 초 교수협의회장 징계해직, 학생간부 형사고발 등으로 동국대 사태가 심각하게 재론되는 과정에서, 뜻있는 불교계 및 관련학계 연구자들이 그동안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던 박사논문 표절의혹을 약 2개월에 걸쳐서 집단지성의 힘으로 검증하게 됐다”고 보고서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김 소장은 “논문의 핵심 내용이 담긴 3, 4장 가운데 60∼70%가 표절에 해당한다”며 “단순한 정보를 표절한 차원을 넘어 논문의 핵심 주장까지도 선학의 연구를 인용했다는 것을 감추고 자신의 연구성과로 포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신정욱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이 논문을 쓰기 전에 연구윤리준수 서약서를 써야 한다”며 “표절총장에게 표절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는 건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보광스님이 학자로서 일말의 양심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 총장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연경불교정책연구소 등이 공개한 총장 보광스님의 일본학자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 검증 자료 일부분.

◆“27년 전 논문, 현재 잣대로 판단해선 안돼”

논란이 일자 동국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 반박하고 나섰다. 동국대는 “1989년 박사논문을 27년이 지난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일반적인 학계의 관행을 벗어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27년 전 한국과 일본 학계에는 연구자의 업적을 검증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연구자의 윤리규정 등도 정립돼 있지 않았다”며 “문단마다 인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누구의 저서를 요약 정리했다는 언급을 대신했다”고 해명했다.

동국대는 이미 붓쿄대학에 총장 보광스님의 박사논문과 관련해 조사를 의뢰했지만 해당 대학에선 ‘조사 신청은 사실 발생일로부터 기산해 5년 이내에 해야한다’는 자교 연구공정관리규정을 들어 이 건을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2014년 12월 총장선출 과정에서 조계종 개입 논란이 일어, 지난 1년 5개월 동안 학내 구성원 간 충돌하며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학교법인 이사 전원이 사퇴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 보였으나 올해 3월 동국대 이사회가 총장과 학교 측을 비판한 교수를 해임하면서 다시 학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동국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2015년 보광스님의 논문 18편을 표절로 판정해 파문이 일었다. 이 중 논문 2편은 재심을 통해 표절로 최종 확정됐다. 보광스님이 총장에 취임한 이후 나머지 16편의 논문에 대한 재심은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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