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정부는 지난 4월 28일 신(新)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신산업을 선정해 대폭적인 세제·예산·금융 지원으로 기업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투자위험부담이 큰 분야는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사실 한국은 그동안 과도한 규제와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기피했다. 특히 지식재산생산물재투자 증가율이 2012년 8.6%에서 지난해 1.5%로 급감하는 등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핵심 신산업을 선정해 R&D 투자에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등으로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는 등 신산업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국가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국가적 혁신과제로 에너지 효율 향상, 우주기술, 첨단 자동차 등 11개를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2.79%였던 R&D 비중을 3%까지 늘리고 과학기술 인재로 교사 10만명, 학위자 100만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중국은 지난해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해 제조업, IT융·복합, 품질관리 혁신 등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차세대 IT, 신소재, 바이오 등 10대 미래 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일본은 규제완화와 더불어 신산업 투자를 촉진해 2013년 GDP의 3.48%였던 R&D 투자 비중을 4%까지 확대하고 R&D 비용 10%까지 세액공제 등으로 민간투자를 유도한다. 기업이 불필요한 규제를 발견해 대안을 제시하면 주무부처가 판단해 해당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한다. EU는 ‘유럽 2020 전략’을 수립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R&D에 800억 유로를 투자하고 바이오, 나노기술, 첨단소재 등 신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정부가 발표한 신산업 육성방안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혁신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신산업 투자를 획기적으로 지원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먼저 사물인터넷(IoT),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자동차, 바이오신약 등 상반기 중 10여개 신산업을 선정해 세제지원을 한다. 신성장 R&D 세액공제를 중소기업에 최대 30%를 대기업 및 중견기업까지 확대적용하기로 했다. 신약개발 R&D 세액공제를 기존 임상 1·2상에서 국내 수행 임상 3상 단계까지 지원한다. 또한 신산업 기술을 사업화시설 투자에도 최대 10% 세액공제를 한다. 신산업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5년간 100%에 이어 추가 2년간 50% 세액공제 한다. 신성장 서비스업을 육성을 위해 제조업에 적용했던 세제지원을 서비스업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같은 문화 콘텐츠 제작비의 최대 10%를 세액공제하는 한편 콘텐츠 개발비도 R&D 공제 대상에 포함한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같이 투자 위험이 큰 신산업 분야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손실이 나면 정부 출자분에서 우선 제하고, 이익이 생기면 정부가 후순위로 가져가는 ‘신산업 육성 펀드’를 정부와 공공기관이 1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정부가 신(新)산업 육성대책을 내놓은 것은 한국 경제가 장기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의 깊은 수렁에서 탈출하고 성장엔진을 되살리기 위해선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의 발굴육성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의 대책은 정부의 의지와 시장의 요구를 일정 수준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재계 및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만 세제지원 과정에서 법과 규정 정비하는 데 여야 정치권도 협조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투자 여건조성을 넘어 민간기업의 간섭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는 기업이 응답할 차례다. 위험이 크다고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면 미래는 없다. 1200조원이 넘는 사내 유보금 중 일부만이라도 미래 대비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구글은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우주탐사 등 신사업에서 올 1·4분기에만도 8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냈지만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 기업도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불황기에 R&D 투자를 먼저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 비전을 가지고 불황기에 신산업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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