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양탄자

권기만(1959~  )

이불을 편다 하루 종일 접힌 굴곡을 편다 두 발 뻗듯 반듯하게 편다 수평선이 조금 출렁인다 파도가 일어서는 가슴 언저리 삐뚤삐뚤한 기억도 허리를 편다

어머니가 손을 펴면 내 몸에 만월이 뜬다 내가 덮고 잔 제일 포근한 이불 아직 다 펴주지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인지 손금 속 밑줄로 몸 낮추고 가만히 이마를 짚어오는 어머니

언제부터 날고 있었던가요

[시평] 

우리는 이불을 덮고 잔다. 이불은 우리의 잠자리를 편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침구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뉘이기 위하여 이부자리를 편다. 이불은 이 펴짐을 위하여 하루 종일 접혀진 채, 이불장 안에 갇혀 있었다. 이러한 이불을 편다. 하루 종일 접힌 굴곡을 편다. 마치 하루 종일 일터에서 일을 하며 움츠렸던 나의 육신을, 휴식을 위하여 펴듯 하루의 이불을 편다. 그러면 마치 수평선이 출렁이듯이 파도가 일어서듯이, 하루의 피로와 힘듦이 펼쳐지며 일렁인다.

이 세상 나를 가장 편안하게 쉬게 하고 또 잠들게 했던 이불은 어느 이불이었을까. 나의 피곤하고 힘들었던 일상을 덮어주고 또 다독거려주었던 이불은 어느 이불이었을까. 어머니의 이불이 아닐 수 없다. 늘 손금 속 밑줄로 몸을 낮추시고는 가만히 이마를 짚어주시는 어머니, 내 마음의 가장 포근한 이불이 아닐 수 없다. 아, 어머니, 어머니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와 같은 내 마음의 가장 편안하고 황홀한 이불이 아닐 수 없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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