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흔히 반전 영화를 보고나면 ‘뒤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이 들기도 하지만 묘한 쾌감도 적지않다. ‘반전’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상시키는 소설이 나와 화제다. 일단 이름부터 읊조려 보면 대강의 스토리는 짐작이 갈 것이다. <이데아 살인사건>은 낡은 고시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곧 영화로도 나온단다.

글 자체는 굉장히 잘 읽히는 편이다. 으레 추리소설이나 심리소설이 그렇듯이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 맞다. 그놈이다. 바로 ‘이 다음엔 어떻게 되지’하고 집요하게 뇌간을 건드는 그 ‘궁금증’이란 녀석 말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시간과 공간의 피안으로 인도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데아는 고시원 이름이다. 플라톤이 설명한 그 절대 진리(이데아)는 이 고시원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한마디로 이곳은 이데아의 반대 개념이다.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묻고 꿈을 더듬어가며 그것들을 좇는 인간은 없다. 단지 쫓기듯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인간들의 마지막 안식처일 뿐.

어느날 이 고시촌에서 젊은 호스티스 한 명이 목을 매 자살하게 된다. 경찰은 일단 ‘자살’로 추정, 사건을 덮어버리지만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기가 살아가는 목적을 발견하는 경찰시험 준비생 현수는 타살에 강한 의혹을 품고 용의자들을 추려나간다.

현수는 같은 고시원 동료 ‘피터’와 함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해나가며 수사선 상에 엄형수와 강 사장 그리고 원석을 올린다. 그리고 의혹의 추는 엄형수에게 기울어진다. 10살 난 딸을 데리고 고시원 쪽방에서 생활하는 엄형수는 날마다 술로 세월을 보내는 그렇고 그런 남자다. 현수는 엄형수가 방화를 저지른 뒤 도피 중이라는 사실을 캐내고 그의 살해동기를 추궁해 간다.

이유인즉 수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엄형수는 호스티스가 자신의 사진을 찍자 지워달라고 실랑이를 벌였고 삭제를 거부하는 그녀를 살해했던 것. 조목조목 살해동기와 방법 등을 지적하는 현수의 말에 엄형수는 이성을 잃고 다시 방화를 생각하게 된다.

한편 현수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혼했던 아내와 화해를 하고 자신이 살아가야 할 방식을 깨닫게 된다. 그러던 중 피터가 갑자기 진범이 찍힌 CCTV를 확보했다며 현수를 부르는데….

이 소설은 놀라우리만치 ‘반전’의 법칙을 잘 흩뿌려 놓았다. 그럴듯한 용의자를 지목해 놓고 거기로 관심을 몰아가지만, 정작 진실은 다른 곳 감춰져 있다. 참고로 영화는 올해 나온단다. 주연은 박광현·김승수.

최재훈 이지선 지음 / 여우볕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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