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실종은 곧 민생의 포기다. 19대 국회가 그토록 많은 비판을 받은 것도 민생과는 너무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치 자체가 실종돼 버렸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된 대화, 즉 ‘협치’의 가능성부터 봉쇄되기 일쑤였다.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180석이 안 된 것을 한탄하며 툭하면 국회선진화법 탓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태클을 거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무소불위의 거대 여당 앞에서 그저 무기력한 야당의 실체만 드러냈다.

청와대는 더 완강했다. 새누리당을 앞세워 국정운영을 뜻대로 관철시키려는 데 몰두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까지 찍어냈다. 그렇다 보니 새누리당은 자율적인 협상력을 갖지 못한 ‘하위 조직’으로 전락했고, 청와대 의중을 살피는 데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인들 무슨 큰 기대를 했을까 싶다.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반복되다 보니 19대 국회의 성적표는 가장 초라하다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다. 지난 4.13 총선의 결과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젠 달라져야 한다. 민생과 경제는 물론이고 외교와 내치 등 국정 전반이 생각보다 위기이고 위태롭다.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때마침 20대 총선에서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에 여야 모두 새 지도부를 꾸리고 새로운 각오를 밝히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정진석 새 원내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집권당 원내대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협치’를 역설했다. 물론 20대 총선이 여소야대의 3당체제로 재편됐기에 협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대화와 협상의 가치를 아는 ‘의회주의자’이다. 그런 그의 강한 의지이기에 더 신뢰가 가는 것이다.

20대 국회는 새누리당의 양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야권의 치열한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그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집권당부터 먼저 양보를 하고 차선책을 취하는 유연한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더불어민주당도 명분 있는 후퇴를 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의당도 협상 테이블의 의제를 조율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정치의 복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스탠스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도 청와대 하명이나 따르는 그런 수준이라면 아예 협상 테이블에 나서서도 안 된다. 의회주자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