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오기는 손무(孫武), 손빈(孫臏)과 함께 ‘손오병법’이라는 병법에서 최고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를 군사전략가로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군사상 탁월한 지휘능력과 선진군사사상을 지녔으며, 적의 정황에 따른 변화와 장병에 대한 사랑을 중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가, 개혁가로서 위(魏)와 초(楚)를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나친 공명심으로 성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장수가 되기 위해 아내를 죽였으며, 자식으로서는 불효했고, 호색한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법을 엄격히 시행해 인정과는 거리가 멀었고, 전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 시신이 들판에 가득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위무후가 국군의 계위 첫 해를 원년이라 하는 까닭을 물었다. 오기는 ‘군국이 근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무후가 어떻게 해야 근신하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군주가 지혜롭고 단정하려면 말이 분명해야 합니다. 언로를 개방해도 정확한 선택을 하려면 자기의 심지부터 총명해야 합니다. 성군은 사대부의 진언, 사인의 건의, 백성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켰습니다. 공족이 찾아오면 그들을 접견하고, 투항자를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군주는 언로를 막지 않아야 두 눈이 가려지지 않습니다. 상은 반드시 두루 살펴야 하며, 형벌은 반드시 합당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인자하고 후덕한 마음으로 항상 백성들의 이익을 생각하고, 백성들의 해악을 없애야 민심이 떠나지 않습니다. 고관이 직무를 겸임할 수 없도록 해야 하며, 권력은 한 가문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을 잃습니다. 이것이 군주가 계위한 첫 해에 해야 할 대사입니다.”
무후가 대신들과 국정을 논의했다. 누구도 무후에게 반박하지 못했다. 기고만장해진 무후에게 오기가 초장왕에 대한 이야기를 아느냐고 물었다. 무후가 모른다고 하자 오기가 말했다.

“장왕이 정무를 처리할 때, 어느 대신도 그를 능가하지 못했습니다. 장왕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자 신공(申公)이 까닭을 물었습니다. 장왕은 대신들 가운데 누구도 자기를 능가할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중훼(仲虺)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중훼는 스승을 얻을 수 있었던 제후는 천하를 얻었고, 친구를 얻었던 제후는 패주가 되었으며,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을 얻으면 국가를 보전할 수 있었고, 스스로 계획하며 누구도 군주를 능가하지 못하면 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왕은 누구도 자기를 능가하지 못하니 나라가 망할 것을 걱정했습니다. 장왕은 걱정을 했는데, 군주께서는 기뻐하십니다.”
무후는 몇 걸음 물러나 오기를 향해 2차례 절을 하며 오기를 스승으로 모셨다.

오기가 서하군수로 있을 때 진이 위의 경내에서 가까운 곳에 정자를 지었다. 위의 농민들에게 큰 위협이었지만 군대를 동원할 가치는 없었다. 오기가 북문에 수레의 끌채를 놓아두고 누구든 남문으로 옮기면 좋은 농지와 집을 주겠다고 선포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대들지 않다가 누군가 장난삼아 남문으로 옮겼다. 오기는 약속대로 상을 주었다. 얼마 후에는 팥을 동문에 놓아두고 누구든 서문으로 옮기면 이전처럼 포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백성들은 다투어 옮기려고 했다. 오기는 내일 정자를 공격할 것이니 적진으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을 대부로 임명하고 좋은 농지와 집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백성들이 다투어 정자를 점령했다. 오기가 아내에게 비단을 짜게 했다. 자기가 요구한 것보다 짧았다. 다시 짜게 했지만 이번에는 너무 길었다. 오기가 화를 내자 아내는 다시 짤 수 없다고 거절했다. 오기는 아내를 내쫓았다. 처남이 누이에게 말했다. “오기는 법령을 제정해 대국을 세우려고 한다. 그의 법령은 아내부터 지켜야 한다.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나중에 고관이 된 처남이 오기에게 누이와 재결합을 강요했다. 오기는 위를 떠났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오기가 비단을 아내에게 주며 똑같이 짜라고 했다. 아내가 짠 것이 훨씬 좋았다. 오기는 똑같은 것을 원했는데 왜 더 좋은가 물었다. 아내는 재료는 같지만 솜씨를 더 발휘했다고 대답했다. 오기는 자기의 분부와 다르다고 좋은 옷을 입혀 친정으로 돌려보냈다. 장인이 찾아와 인정에 호소하자 오기는 나는 헛말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백성들의 믿음을 얻기는 쉽지 않다.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를 보니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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