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의 쇼트트랙 대표팀이 전력분석용 비디오 촬영을 놓고 훈련장에서 날이 선 신경전을 펼치다 급기야 물병까지 던지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다.

1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한국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18일 치러질 경기에 대비해 전술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이호석(고양시청)과 성시백(용인시청)의 충돌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순식간에 날리면서 대표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었지만 다음 경기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 열중했다.

하지만 이때 훈련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중국 대표팀 관계자가 관중석에서 한국 선수들의 훈련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고 있었고, 이를 발견한 코칭스태프가 훈련을 중지시켰다.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가 중국팀 관계자에게 큰 소리로 촬영 중단을 요구했고, 중국팀 관계자는 슬그머니 자리를 떴지만 잠시 후 다시 나타나서 '몰래 촬영'을 이어갔다.

결국 최 코치가 폭발했고, 급기야 중국팀 관계자를 향해 물병을 던지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깜짝 놀란 김기훈 감독이 최 코치를 말린 뒤 김기백 트레이너를 관중석으로 중국 대표팀 관계자에게 훈련장에서 나가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대표팀은 '태극전사'들이 밴쿠버에 입성하기에 앞서 치른 캘거리 최종 전지훈련부터 전력분석관을 파견해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치밀하게 점검해왔다.

이런 행동에 민감해 있던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밴쿠버에서도 중국 대표팀이 전력탐색에 나서자 감정이 폭발하면서 물병을 던지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한편 중국 대표팀의 리옌 감독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VANOC)가 제공하는 정보시스템인 '인포 2010'을 통해 "퍼시픽 콜리세움은 올림픽이 치러지는 경기장이어서 촬영이 허용돼 있다.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라고 항변했다.

리옌 감독은 이어 "우리는 전력분석 차원에서 촬영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 코치가 던진 물병이 관중석 의자에 맞아 큰 소리가 났다"라며 "한국 코치가 한국말로 소리쳤는데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폴 마치스 중국 대표팀 코치도 "한국 대표팀은 촬영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 생각에는 별것도 아닌 일에 야단법석을 부리는 것"이라며 "어느 팀이나 전력분석용 촬영을 한다"라고 거들었다.

그는 특히 "그런 종류의 쇼맨십은 약한 상대에게 겁을 줄 수는 있지만 중국 대표팀에는 효과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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