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

우리가 보험설계사를 통해서 보험을 가입하면 흔히 ‘보험을 들어 줬다’고 표현한다. 보험을 가입할 때 내가 원해서라기보단 지인인 보험설계사가 가입해 달라고 부탁해서 등 인정에 이끌려 가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보험 문화는 스스로 ‘가입’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도와주는 것’으로 정착돼왔다. 이는 보험을 들어 주면 설계사가 수수료를 받게 되므로 ‘선심을 베풀어 준 것’에다가 ‘잘 아는 설계사에게 들어줘야 안심’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정서가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문화다. 보험은 내가 필요해서 가입하는 것이지 설계사나 보험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인정상 선심 쓰듯 가입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보험 가입자는 분명히 본인인데, 가입한 상품은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알아서 골라 줬다? 내가 보험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러다 보니 내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나 가입목적과 다른 보험을 가입해 비싼 보험료만 낭비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 비양심적인 보험설계사를 만나 나에게 맞는 보험이 아니라 설계사에게 유리한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여기엔 보험사도 한 몫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신보험 불완전 판매다. 종신보험은 본래 보장성 보험으로 가장(家長) 유고시 유가족의 생활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그런데 노후연금을 준비하려는 고객에게 연금보험이 아닌 종신보험을 가입시켜 말썽이다.

종신보험을 연금(생활비, 의료비, 교육비 등) 받는 보험이라며 변칙 판매하기 때문이다. 단기 목돈마련이 필요한 사회초년생들에게 은행 적금과 같은 보험이고 3.25%로 보장해 준다며 현혹한다.

그러나 종신보험은 가입 후 조기에 해지하면 금전적 손해가 크므로 단기 목돈 마련에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 또한 장래 결혼할 의사가 없는 비혼자(싱글족)에게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을 잘 모르면 설계사에 속아서 가입하기 때문에 보험가입에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보험을 가입해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보험을 들지 말고 가입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전권을 내맡기지 말고 나에게 꼭 필요하고 가입목적에 적합한 보험을 스스로 골라서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보험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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