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의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30일 바그다드 그린존의 차단벽을 넘어 이라크 의회로 난입,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를 벌여온 시위대가 그린존 차단벽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처: 뉴시스)

‘그린존’ 방벽 넘어 의사당 진입
내각개혁 요구… 6시간 만에 해산
정부, 바그다드에 비상사태 선포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이라크 의회가 반정부 시위대 수백명에 의해 점거되면서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 AFP통신과 미국 NBC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바그다드에서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다르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그린존’을 넘어 의사당까지 진입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몇 달 동안 시내 해외공관과 총리 관저, 대통령궁 등이 있는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 주변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그린존’을 둘러싼 콘크리트 차단벽을 허물고 의회로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시위가 격화되자 이라크 보안당국은 바그다드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군경은 최루탄 발사와 경고사격 등으로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사태가 점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자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는 성명을 내고 “바그다드가 정부군의 완벽한 통제에 들어갔다”며 시위대에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신임내각 표결 지연 ‘분노’

시위대는 6시간 동안 의사당을 점거하고 정부와 의회를 규탄했다. 이들은 ‘부패한 정치권이 이라크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태는 신임내각 후보자 일부에 대한 의회 표결이 무산되면서 촉발됐다. 알사드르는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인들이) 부정부패를 끝내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와 의회가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나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쳐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시위대 수백명이 움직였다.

이라크의 주요 관직은 정당과 종파에 따라 배분되는 형태다. 하지만 알사드르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알아바디 총리는 시위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3월 신임내각 명단을 발표했으나, 종파·민족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의회에서 내각 승인 기한을 넘기게 됐다. 이에 의회에 강하게 반발하며 몇 달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나자프에서 "정부와 의회가 개혁을 단행하지 못하면 분노한 나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쳐들어갈 것"이라고 연설하고 있다. 그의 발언이 나온 후 실제로 수 백명의 시아파 신도들이 이날 수도 바그다드의 보안강화지역인 그린존 내 의회에 난입해 점거시위를 벌였다. (출처: 뉴시스)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누구?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시위의 중심에 있는 무크타다 알사드르(48)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반정부 투쟁을 이끈 투사로도 유명한 아야톨라 모하메드 사데크 알사드르의 3남이다.

아들 알사드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2개월간 미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면서 반미투쟁을 이끌며 많은 이라크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후 알사드르는 미군에 쫓겨 2006년 말 이란으로 망명했다. 이후 지난 2011년 귀국해 비교적 조용히 지냈으나 지난해 말부터 경제개혁, 정치개혁, 부패타파 등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점차 드러냈다.

최근에는 그린존 앞에서 수 주일동안 정부의 개혁을 요구하면서 농성을 벌인 끝에 지난 3월 알아바디 총리를 만나 자신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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