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의 서재였던 집옥재를 작은 도서관으로 꾸민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고종이 옥처럼 여긴 서책이 가득했던 경복궁 ‘집옥재(集玉齋)’.

‘집옥’은 ‘옥같이 귀한 보배를 모은다’는 뜻으로, 당시 이곳에 있던 책들에서 고종의 근대화 의지를 느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화재청과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에 따르면 고종의 서재인 이곳엔 약 4만권의 책이 보관돼 있었다. 특히 한문으로 번역한 서양의 신학문과 관련된 서적이 많았다는 점에서 근대 국가를 향한 고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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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누구나 집옥재에서 그때 그 시절 고종처럼 책을 읽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이곳을 내외국인 누구나가 다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으로 꾸몄다. 고종이 과거 이곳을 서재 겸 외국사신접견소로 사용했다는 역사성을 살린 셈이다.

물론 고종이 읽었던 책이 이곳에 다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서책들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다. 다만 집옥재 내・외부 시설은 그대로 보존했다. 집옥재와 연결돼 있는 팔우정은 북카페로 조성됐다.

▲ 북카페로 변신한 팔우정 ⓒ천지일보(뉴스천지)

집옥재엔 총 2000여권의 책이 비치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인물, 문학, 과학, 음악 등 조선시대 관련 책이 1000여권에 달한다. 대표적으로는 ‘조선왕조실록’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동의보감’ ‘조선의 음식을 만들다’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조선왕실 관련 자료도 700여권이 마련됐다. 여기엔 조선왕조 왕실의 소장 자료로서 읽기 쉬운 영인본 350여권도 포함됐다. 아울러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한국문학 중․영․일 번역본 출판도서 230여권도 있다. 

집옥재에 들어서면 책에 앞서 흥미로운 전시물을 먼저 만나게 된다. 박세당 문과 시권, 집옥재 도서목록, 고종어진, 보인소 의궤 등이 대표적이다. 박세당 문과 시권은 합격한 자에게만 돌려줬던 과거답안지로, 가문의 영광스러운 증표다. 이 시권은 조선후기의 학자인 박세당(1629~1703년)이 1660년 11월 현종의 즉위(32세)를 축하하기 위해 시행된 중광문과 전시에서 장원으로 합격한 답안지다. 당시 유려한 필체, 오탈자 수정, 수험관(受驗官)의 검열(檢閱) 표시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중요한 연구 자료라는 평가다. 집옥재 도서목록은 1904년경 왕실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 궁내부(宮內府)에서 집옥재의 도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목록집이다. 목록에는 책의 서명과 수량을 기입했다. 여기에 기록된 책은 3만 9817권이다. 또 실제로는 있지만 목록에서 빠진 769권의 숫자도 함께 적어놓았다.

팔우정(북카페)에서는 궁중다과와 외국에서 인기 있는 우리 문학책의 번역본도 판매한다.

한편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관람객들이 더 실감나게 역사 속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집옥재에서 유물 전시와 상설 왕실문화 강좌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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