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일만 이천 봉, 일만 이천 보살들이 머무는 산

국내외에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강산(金剛山). 드넓게 펼쳐진 수려한 산세, 맑은 물로 가득한 골짜기, 사계절에 따라 과감히 옷을 갈아입는 ‘금강산’의 유래는 참으로 다양하다.

금강산이 최초로 언급된 <삼국유사>를 살펴보면 금강산은 주로 상악(霜岳), 풍악(楓岳), 개골(皆骨) 등으로 기록됐지만, 고려시대 중엽부터 ‘금강(金剛)’이란 이름으로 일반화된다.

금강이란 단어는 불교문화가 왕성했던 시기에 나온 말로, <금강경(金剛經)>의 ‘금강(金剛)’에서 따온 말이다. 이는 ‘단단하고 강인함’을 뜻하는 것으로, 세속을 떠나 만물의 참 모습을 깨닫고 성불에 이르게 되는 마음, 즉 진리를 향한 굳건한 마음을 산 이름으로 나타낸 것이다.

또한 금강산은 사계절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각각 다르다.

봄에는 앞서 말한 이름과 똑같은 금강산(金剛山)으로 부르는데, 봄에 올라오는 연한 잎사귀들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태양 빛을 받으면 마치 금강석(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고 해서 부르게 됐다.

여름에는 계곡과 봉우리에 짙은 녹음이 깔려 있어 봉래산(蓬萊山)으로 불린다. 봉래산이란 이름은 조선 중기 도교의 신선사상이 들어간 중국의 전설 속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다.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이란 이름을 갖는데, 이는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단풍으로 꼭 불탄 산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으로 칭한다. 금강산의 가장 오래된 이름이기도 한 이 이름은 겨울에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 모든 바위가 속속들이 보인다고 해서 불리게 됐다.

금강산을 주제로 한 노래가사에 언급되는 ‘일만 이천 봉’은 어떤 유래가 있을까.

불교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 따르면 금강산에 머물고 있다는 보살,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이 있는데 그는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마다 머물고 있는 보살들의 우두머리로 나오며 그곳에서 <금강경>을 설법한다. 이러한 전설로 인해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이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경전에 의하면 그가 머무는 곳이 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고도 해서 ‘지달’ 또는 ‘지달나라’라고 해 금강산을 ‘지달’이라고도 불렀다.

이처럼 다양한 유래가 만들어준 금강산의 명칭은 금강산의 아름다운 산세로 인해 만들어진 것도 있겠지만, 옛 선조들이 금강산을 다른 산보다 특별히 여긴 탓도 있겠고, 이곳에서 자신의 이상향을 찾기 원했던 마음이 여러 단어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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