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린이재단 주최로 열린 ‘새해 복 주세요’ 행사에서 참가한 어린이들이 설빔을 입고 세배를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천지=김현진 기자] 설날 명절에는 우리 민족이 행했던 전통적인 고유의 풍습이 있다. 묵은 것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새 옷’으로 깨끗하게 잘 차려입고 웃어른께 감사와 공경의 표시로 세배를 올려 예의를 다했던 ‘설빔’이 바로 그것이다.

설빔은 본래 이 같은 의미에서 행해졌던 의식을 말했지만, 점차 그 뜻이 변해 지금은 명절에 입는 ‘새 옷’과 ‘새 신’ 자체만을 뜻한다.

여기서 잠깐 ‘설빔’의 어원에 대해서 알아보자. 설빔은 명절이나 잔치 때에 새 옷으로 치장하는 것을 일컫는 ‘비음’이란 말과 선다(立)는 의미의 ‘설’이 합쳐진 것으로 ‘설비음’이 줄어서 설빔이 됐다. 그래서 지금의 설날을 옛적에는 ‘선날’이라 하여 ‘개시한다’는 뜻으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임을 의미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연음화 돼 ‘설날’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또 ‘설’이라는 말은 ‘삼가다’ ‘사린다’ 등의 의미도 담겨 있어 세시(歲時), 세수(歲首), 정초(正初), 원일(元日) 등으로도 불리며 조심한다는 의미도 내포됐다. 따라서 설날은 설레고 기쁜 날이기보다는, 시작되는 한 해의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날임을 뜻하는 등 여러 가지 뜻과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이 같은 의미로 인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설날에는 몸을 깨끗이 하고 새 옷, 즉 설빔으로 잘 차려입고 집안의 어른들과 이웃 어른들에게 감사와 공경의 표시로 세배를 올려 예의를 다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조상에게는 새 마음을 먹고 차례를 지내며 복을 빌었다.

단군 고조선부터 전해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천부경을 풀이해 <천부인과 천부경의 비밀>이라는 책을 펴낸 저자 구길수 씨는 책 속에서 ‘설빔’의 ‘빔’을 ‘비움’이란 의미로, 조상이나 신께 복을 빌려면 우선 복을 받을 그릇을 비워 놓고 빌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그릇이 꽉 차있는 상태에서는 신이나 조상님이 복을 주시려 해도 주실 수가 없기 때문이며, 그 그릇은 마음의 그릇이므로 온갖 욕심과 질투와 증오의 마음을 설빔을 입음과 동시에 비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설날을 맞아 설빔을 입는 것은 겉뿐만 아니라, 사람의 속까지 깨끗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던,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네 풍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오늘날 설날은 진정한 우리 선조의 전통적 의미가 많이 퇴색됐고, 형식이나 의례도 최소화됐다. 설빔을 입어도 담긴 의미를 모른 채 단지 형식만 갖춰 입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아이들이나 학생, 부모에까지 이르러 설날은 단지 세배하면 돈 주고 돈 버는 날로만 인식되고 있다.
세뱃돈의 유래를 잠시 살펴보면, 세뱃돈은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답례로 돈을 내어주던 풍습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고루 찾아볼 수 있는데,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달리 봉투에 돈을 넣어 준다. 이 풍습은 중국에서 시작돼 점차 우리나라와 일본, 베트남 등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옛적에 우리 선조들은 세배를 받으면 곶감이나 약과, 과일 등 간식거리로 세뱃돈을 대신했다.

오늘날 일각에서는 전통문화를 살리려는 움직임과 동시에 그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통문화는 세계인이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가 먼저 이같이 설빔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우리 전통문화를 살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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