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동국대 총학생회가 교수해임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갈등 깊어진 동국대사태
학교-교수·학생 ‘네 탓’ 비방전
급기야 법정다툼… 상처만 키워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유일의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를 이끄는 총장 보광스님(한태식). 내달 2일이면 제18대 동국대 총장으로 선출된 지 1년이 된다.

보광스님은 총장 인사말에서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를 건학이념으로 삼고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한 보광스님은 “동국대의 모든 구성원들이 일심동행(一心同行)의 철학을 바탕으로 ‘풍요로운 대학, 참사람 열린교육... ’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희망과는 달리 동국대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 2014년 12월 조계종의 총장선거 개입 논란으로 빚어진 동국대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극심한 혼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총장 스님 논문 표절의혹, 이사장 선출 잡음과 이사 자격 논란, 교수·학생 단식투쟁, 비판 교수 해임과 학생 고소 등이 동국대의 현주소다.

동국대 사태를 바라본 한 교수는 “(동국대에서 근무한지) 낼모레면 30년이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해보는 터라 너무나 당혹스럽다”며 대학의 현실을 탄식했다.

동국대 사태는 부총학생회장 단식과 이사회 전원 사퇴라는 결단으로 봉합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학교 측이 한만수 교수협의회 회장을 해임하고, 총장 보광스님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총학생회 측 학생 4명을 고소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동국대사태 또 불 지핀 ‘해임·고소’

학교 측은 지난달 15일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는 이 자리에서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을 17일자로 해임했다. 징계위가 내세운 명분은 ‘동료교수 상해 행위’ ‘합법적인 이사장과 총장선임 과정의 부정의견 확산’ ‘대학에 대한 직접적 비방’ 등 세 가지다. 곧바로 한 교수는 직위해제처분효력정지 등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4월 14일 선고공판에서 “직위해제처분 및 해임처분은 모두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이라면서 “한만수 교수의 직위해제 처분, 해임 처분, 대학평의원 및 개방이사추천위원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이 한 교수의 손을 들어주자 학교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고소인인 신성현 교수는 항고했다. 반면 동국대 서울캠퍼스 동료 교수 202명은 대학 측에 한 교수의 해임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총장 보광스님이 학생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동국대는 ‘동국대 총장사태 제대로 알고가자’라는 제목으로 자승·일면·보광스님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페이스북(SNS)에 게재한 ‘미래를여는동국공동추진위원회(미동추)’ 일부 학생들을 고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 중부경찰서는 고소당한 학생들에게 출석을 요구한 상황이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이에 반발하고 연일 동국대·조계종 규탄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완강한 입장이다.

▲ 지난 15일 오후 동국대에서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앞까지 거리행진에 나선 동국대 총학생회는 ‘종단개입 반대! 동국대 총장사태 해결을 위한 4.15 조계종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패로 나눠 물고 뜯어 원한 사무쳤나” 탄식

이러한 동국대 측의 강경한 학교 운영에 대해 교수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동국대 이성철(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최근 교내 그룹웨어에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라는 제하의 글에서 총장선거를 거론하며 “지난 총장선출 과정에서 벌어졌던 다툼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비릿한 피 내음도 공기 중에 떠다닌다”고 현 사태를 비판했다.

그는 “총장선출 당시 두 패로 나뉘어 죽기 살기로 물고 뜯고 싸우다가 서로 가슴에 얼마나 피멍이 들고 원한이 깊이 사무쳤는지 자초지종을 알 길이 없다”며 “솔직하게 말하면 알고 싶지도 않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학생 고소 사건에 대해 “학교에서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학생대표 4명을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고귀한 명예(총장 보광스님의 명예)를 도대체 얼마나 세게 땅바닥에 내동댕이쳤기에, 학생들이 정말로 형사고소를 당해도 마땅할 정도였는지 아닌지 이 또한 헤아릴 길이 없다”고 탄식했다.

◆“집행부, 학교운영 철학 아는지… 엉뚱한 소리”

그는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해보는 터라 너무나 당혹스럽다”며 “현 집행부의 대학 운영방침이 잘못됐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명진관의 멋진 전경을 가리고 있는 현수막(올해 봉축표어 ‘풍요로운 세상 자비로운 마음’)이 집행부의 학교운영 철학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한 소리를 외치고 있다는 말”이라고 조계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봉축표어를 쓴 현수막을 부처님오신날까지 떼지 않을 요량이면 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학교 당국의 선택을 기대한다”고 변화를 요구했다.

전국 사립대학 교수회 연합체인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도 지난 26일 ‘동국대학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입장’ 성명을 내고 학교 측의 학교 운영을 비판했다. 이들은 ‘한만수 교수협의회장 복직’ ‘학생대표 고소 취하’ ‘총장 보광스님 사퇴’ ‘공개 사과’ 등을 촉구했다.

일단락됐던 동국대 사태가 교수 해임과 학생 고소로 또다시 불거져 학교 측과 조계종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학내 구성원들의 일심동행을 외쳤던 총장 보광스님과 조계종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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