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아주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루지야 대표로 루지 남자 싱글에 참가한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21)가 1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에서 공식 훈련 도중 썰매에서 튕겨나와 기둥에 부딪힌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 나선 쿠마리타시빌리는 결승선 직전인 16번 커브를 돌다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썰매에서 떨어진 뒤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쇠기둥에 크게 부딪혀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그가 썰매를 탄 휘슬러 슬라이딩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가 나오는 코스로 루지의 경우 최고시속 155㎞ 이상 이르고 있다.

올림픽 역사학자 데이비드 월친스키에 따르면 역대 동.하계 올림픽에서 경기나 훈련 도중 사망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1912년 스톡홀름 하계올림픽에 참가한 포르투갈의 프란시스코 라자로가 마라톤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1960년 로마올림픽때는 덴마크 사이클 선수인 쿤드 에네마크 젠센이 레이스를 펼치다 약물의 영향으로 숨졌다.

또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때는 대회 2주 전 폴란드 태생의 영국 루지선수 카지미르즈 카이-스크지페키가 훈련 도중 사망했고 호주 출신의 알파인스키어 로스 미네도 훈련하다 사고사를 당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는 오스트리아 선수단 주치의인 조르그 오베하머가 제설기계에 깔려 사망했고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때는 스위스 스키선수인 니콜라스 보차타이가 훈련 도중 역시 제설기와 충돌해 사망했다.

이날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은 뒤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로게 IOC 위원장은 그루지야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충격을 받은 그루지야 선수단은 올림픽을 포기하고 전원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소련에서 분리 독립했던 그루지야는 이번 대회에 알파인스키와 루지, 피겨스케이팅 3종목에 8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한편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한 한국 루지 대표 이용(32.강원도청)은 크게 충격을 받아 훈련을 중단하고 숙소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용은 이날 저녁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에도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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