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여성의 헌화 퍼포먼스가 27일 ‘베트남전 종전, 41년 한베평화재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베트남전 종전 41주년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베트남전쟁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베평화재단건립추진위원회는 27일 ‘한베평화재단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중에도 미국의 한 인권단체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폭력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제 베트남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베트남전쟁에 대한 한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베트남 종전 41년을 앞두고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고엽제 등으로 피해를 본 참전군인의 현실을 직시하고, 전쟁상처 치유와 동아시아 평화·상생을 위해 결성했다.

노화욱 추진위원장은 “한국과 베트남이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동아시아 평화의 큰 물길을 만들겠다”고 재단 설립 이유를 밝혔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이길보라씨는 “얼마 전 베트남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여성이었고, 지뢰로 눈이 먼 사람이었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죽게 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안해요 베트남’을 말하기 전에 이 전쟁이 무엇이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국가폭력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전쟁의 기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베트남 피에타’라는 이름의 조각상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조각상은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희생자인 어머니와 이름도 없이 죽어간 아기의 넋을 위로하고자 제작했다.

베트남 중부 지방 다낭에서 온 유학생 응우옌 응옥 뚜옌은 “베트남전 종전 10년 후에 태어났다. 전후 세대이지만 전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베트남전쟁은 제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베트남이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전쟁의 기억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기억하고 싶다”며 “베트남과 한국의 청년이 전쟁의 기억을 딛고 이제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평화’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염원을 나타냈다.

추진위는 앞으로 평화운동 확산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올바른 역사관을 통한 미래세대 평화교육 실현, 베트남전쟁에 대한 연구·출판·아카이브 활동, 한베 문화예술 교류를 통한 평화· 화해·협력의 증진, 베트남전쟁에 대한 진실규명과 피해자 지원, 동아시아 평화와 상생을 위한 아시아 시민연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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