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쇼트트랙이 이끌고, 스피드스케이팅이 돕는 가운데 김연아가 축포를 쏜다'

지상 최대 '눈과 얼음의 축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1회째를 맞은 동계올림픽은 13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열고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15개 기본 종목에 총 8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가운데 한국은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해 2회 연속 종합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열악한 환경을 뚫고 출전한 스키점프나 봅슬레이 대표팀 등의 투혼 역시 큰 감동을 안겨주겠지만, 역시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하는 것은 세계 최고임을 확인하는 금메달.

이번 대회에서는 지금껏 모든 금메달을 책임져 온 쇼트트랙 뿐 아니라 `피겨퀸' 김연아(고려대)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과 이규혁(서울시청)과 이강석(의정부시청)이 속력을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도 기대를 모으고 있어 한국의 금메달 행진은 더욱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17일 동안 이어질 메달 레이스에서 한국은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1,500m, 3,000m계주, 스피드스케이팅 500m,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등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14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가장 먼저 금맥을 뚫으러 나서는 것은 역시 '전통의 메달밭' 쇼트트랙이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은 설날 아침 열리는 1,500m 결선에서 한국의 이번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국 선수단에서는 '에이스 3인방' 이호석(고양시청), 성시백(용인시청), 이정수(단국대)가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세 명 중 누가 금메달을 따도 이상하지 않은 최고의 구성이다.

얼마 전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이호석과 이정수, 성시백이 각각 1, 2, 3위를 모두 휩쓸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컨디션도 최상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캘거리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베스트 랩 기록'을 경신하면서 전반적으로 팀 분위기가 상승세라고 전한 바 있다.

대표팀은 10일 밴쿠버로 이동해 곧바로 야간 훈련을 치르는 등 경기가 열리는 퍼시픽 콜리시움의 빙질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 종목 중 하나지만, 역시 라이벌들과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간판 아폴로 안톤 오노와 캐나다의 '형제 선수' 샤를 아믈랭, 프랑스와 아믈랭 등이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16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쇼트트랙이 금맥을 뚫고 나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해묵은 금메달 갈증 해소에 나선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그동안 줄기차게 올림픽 무대를 노크했지만 은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각오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력부터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강석과 대표팀 맏형 이규혁은 올 시즌 500m 월드컵 랭킹 1, 2위를 달리고 있다.

둘은 최근 컨디션도 정점을 달리고 있어 자신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대표팀 김관규 감독은 "선수들의 랩타임이 최고 기록에 근접하고 있다. 대회장인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여러 차례 대회를 치렀던 경험이 있어 자신감도 높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밴쿠버의 부드러운 빙질도 이강석과 이규혁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기대를 전했다.

두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 이외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느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18일 열리는 남자 1,000m도 모태범(한국체대)과 이규혁이 각각 세계랭킹 2, 3위에 올라 있어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

다만 '흑색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의 주종목이 1,000m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여자 1,500m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선전으로 탄력을 받은 금메달 행진은 다시 쇼트트랙으로 넘어간다.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1,000m 결선에 나서는 남자 선수단이다.

SI, AP통신 등 외신들이 꼽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이정수.

국내에서는 다른 선수들에게 가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올 시즌 1,000m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르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이호석과 성시백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걸 자격이 충분하다.

4년 전 토리노 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이호석은 그동안 안현수(성남시청)에 가려져 있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역시 늘 '2인자'에 머물렀던 성시백도 자신의 상징이었던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금메달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예전보다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자 대표팀도 1,500m 결선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조해리(고양시청)와 이은별(연수여고) 등이 메달 기대주로 꼽힌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겨울 훈련량을 많이 소화했고 중국을 대비한 전술훈련을 충실히 해 상위 입상의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를 전했다.

◇25일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
동계올림픽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국 빙상도 이제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25일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가 그 첫 번째다.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으로 여자 3,000m계주를 석권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이제 5연패를 노린다.

객관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최강의 스케이터 왕멍이 이끄는 중국 쇼트트랙을 넘어서야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실력이 급격히 좋아진데다 오히려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어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 김민정(용인시청)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바뀌었다"며 자신감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 역시 한국의 실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캘거리 전지훈련 당시 중국 대표팀은 여러 명의 전력분석관을 보내 한국팀의 연습 장면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며 경계했다.

대표팀은 주자들의 교대 타이밍을 살짝 바꾸는 '변칙 작전'으로 승부수를 걸 전망이다.

◇26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한국 빙상의 위대한 도전은 '피겨퀸' 김연아의 '금빛 연기'로 그 정점을 찍는다.

김연아는 26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리는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사상 첫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이상 일본),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등이 경쟁자로 꼽히지만 실력에서는 김연아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으면서 커진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이 관건이다.

김연아는 여전히 훈련 근거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하루 5시간씩 체력 훈련과 프로그램 연습에 투자하고 있다.

마지막 대회를 치른 지 2개월 정도 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으로 점프 감각과 연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연아는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특유의 밝은 웃음을 터뜨리며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해 부담감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27일 쇼트트랙 남자 5,000m계주
금메달 행진의 물꼬를 텄던 '세계 최강' 남자 쇼트트랙이 다시 깔끔한 마무리에 나선다.

폐막을 이틀 앞둔 27일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5,000m계주에서 마지막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호석과 성시백, 이정수 등 에이스들과 곽윤기(연세대), 김성일(단국대) 등이 가세하며, 역시 최강 전력을 유지해 금메달 획득을 자신하고 있다.

대표팀 김기훈 헤드코치는 "지난해 1~4차 월드컵을 거치며 5,000m 계주에서 3번 1등을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대표팀 맏형 이호석 역시 "계주 경기에서 끝까지 힘을 모아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경쟁자로 꼽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더 강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캐나다 대표팀의 데릭 캠벨 코치는 "계주에서는 특히 한국이 강하다. 쉽지 않은 대결이 될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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