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1962년 첫 자동차 판매를 시작해 글로벌 판매 5위를 기록하고, 올해 4월 현재 54년 만에 누적판매 1억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이 먹여 살린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민의 참여가 많은 기업이다.

하지만 오너가의 과도한 급여와 퇴직금 논란, 주가를 하락시킨 한전부지 고가매입 사건, 횡령·배임 유죄판결 등 어두운 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업은 많은 사람이 협력해 이룬 결정체이기에 한 개인만을 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가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민기업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그간의 명(明)과 암(暗)을 기획 연재한다. 역사는 거울과 경계가 된다.

 

운전자 없이 주행 ‘미래車’ 준비
전문가 ‘전기차+자율주행’ 제시
주행거리 연장 등 ‘과제’ 남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최근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자동차 기술인 ‘자율주행’ 기능이 소개됐다. 배우 진구(서대영 역)는 운전 중에 김지원(윤명주 역)에게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 EQ900 차량의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 버튼을 눌렀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차량은 스스로 주행을 지속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자율주행 자동차를 비롯해 전기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고급화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놓으면서 자동차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해 보이고 있다.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미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3월 “고급차 브랜드의 글로벌시장 조기 안착과 친환경 개발, 첨단기술이 융합된 자율주행차 등 혁신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첨단기술 시험무대 ‘제네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은 고급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지난해 11월 출범하고, 같은 해 12월 ‘EQ900(에쿠스 후속)’이라는 신차를 내놨다. 이 차량에는 자율주행 신기술이 적용됐다.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라는 이 신기술은 고속도로와 같은 단순한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HDA 기술은 이미 제네시스 등 고급차에 상용화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발전시키고 통합한 것이다. 운전자가 일정 속도를 설정하면 EQ900은 속도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앞서가는 차량과의 간격을 스스로 조정한다. 또한 기존의 차선을 벗어나지 않는 기술(LDWS),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 등을 활용해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할 수 있다.

최근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과 네트워크 전문기업 시스코의 척 로빈스 CEO가 만나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를 위한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의 출범은 단순히 수익적인 목적만이 아니다. 첨단 기능들을 적용할수록 차량 가격은 높아지기에 이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고급차다.

실제로 BMW의 최상위 모델인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아우디 Q7 등에는 부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이 차량들의 가격은 1~2억원대에 이른다. 아우디 Q7에는 ‘교통 체증 지원 시스템’이 있어서 차량 정체 시 자동으로 가속과 제동, 조향을 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또한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후방 T자형 자동주차 등이 가능하다.

 

◆‘친환경 완전자율주행’의 첫 걸음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EQ900와 일부 차량들에 적용한 부분자율주행 기술과 첨단 보조 기술들은 ‘자율주행의 첫 걸음’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해볼 땐 ‘뒤처졌다’라는 말도 나온다. 더구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융합된 자동차가 ‘미래차’로 제시되고 있어 기술 발전이 시급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EIT) 선임연구위원은 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4위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전기 동력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대한 대응 전략은 여전히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다소 늦었지만 그래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개발에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CES’에서 현대차그룹 황승호 차량IT개발센터장(부사장)은 “2018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황 부사장은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에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한 ‘드라이브 와이즈’를 소개했다. 이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과 정밀 지도를 활용해 차량과 보행자 상황을 파악해 주행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황 부사장은 “향후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차량 안에서 가정의 조명, 냉난방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시스템과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EV에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와이즈'를 적용한 가상현실 체험장. 지난 3월 제3회 제주 국제전기차엑스포 현장에서의 모습이다. (제공: 기아자동차)

현대차그룹은 또한 전기자동차의 발전에도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 브랜드명 ‘아이오닉’을 통해 오는 6월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 브랜드로 2020년까지 22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엔진+전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엔진+전기충전), 전기차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간한 ‘2015년 친환경차 시장 특징 및 전망’에서 현대차그룹은 토요타, 혼다, 르노-닛산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테슬라, 중국 지역업체 제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친환경차 분야에서 7만 3592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9%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1회 충전으로 180㎞밖에 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IT시스템과 자율주행기술 등을 접목하더라도 전기사용량이 충분한 전기차를 만드는 것도 해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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