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저울

이은무(1940~  )

낚시를 하다가
무료한 저울로 지구를 달아본다
조막만한 요 돌멩이도
요렇게 묵직한데, 하물며 알 수 없는 그 무게로
아주 가볍게
아주 아름답게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별, 지구를
눈금이 없는 내 저울로 달고 있을 때
어느 과원에서
잘 익은 능금 하나
저울 밖으로 떨어지는가

[시평] 시인은 마음의 저울이 있는 모양이다. 이 마음의 저울은 세상의 어느 것도, 아무리 크고 무거운 것도 다 달아낼 수 있는, 그런 것인 모양이다. 마음의 저울로 우주 광활한 공간에 떠 있는 지구를 달아본다. 이 지구는 과연 몇 근이나 나갈까. 수많은 산과 물을 지녔고, 수많은 빌딩들을 지녔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지구의 무게, 마음의 저울 속 눈금은 지구 무게를 얼마라고 표시를 할까. 참으로 시인만의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지구 위, 어느 과원에서 잘 익은 능금 하나, 뚝 하고 떨어진다. 잘 익은 능금 하나 지구의 밖으로 뚝 하고 떨어져 나간다. 지구를 다는 저울 밖으로 떨어져 나간 능금 하나. 능금 하나가 제외된 지구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그 차이가 날까. 참으로 시인의 마음은 엉뚱하기도 하구나. 이런 마음의 저울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마음의 저울로 우주 모두를 달아보려고 하는 시인, 그래서 시인은 시인이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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