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26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 언론시사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북한 평양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리얼 다큐멘터리가 한국 관객을 찾아 왔다.

26일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영화 ‘태양 아래(비탈리 만스키 감독)’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북한에서 1년간 생활하며 영화를 제작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태양 아래’는 러시아 감독의 시선에서 통해서 북한의 현실을 보는 다큐멘터리다. 같은 민족이지만 알 수 없었던 북한의 실상을 다른 나라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러시아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1년간 평양에 사는 진미와 그의 가족, 친구, 이웃을 앵글에 담아 평양 주민들의 실상을 기록했다.

당초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북한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진미를 중심으로 평양 쥔들의 생활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진미와 그 가족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조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북한 실생활을 담고 싶다는 애초의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북한의 각본 아래에 조작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

다음은 비탈리 만스키 감독과의 일문일답.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게 된 소감은.

-이 영화를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남한과 북한 민족 간 재앙에 대해 그린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반응이 궁금하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바라는 점은.

-바라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언어를 통해서 안타까움을 느꼈으면 한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해 큰 관심을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보내주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

◆영화를 기획하게 된 의도는.

-아시다시피 저는 소련시대에 태어났다. 이 때문에 공산주의·전체주의에 대한 큰 관심이 있다. 이는 저희 자국의 역사와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진미와 그의 가족들의 안전과 보호장치는.

-제가 첫 번째로 바라는 것은 진미가 건강하고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잘 지내는 것이다. 그리고 진미나 진미 부모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생각하지 않고 북한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했길 바란다. 저한테는 진미와 연락할 수 있는 전화나 인터넷 소통이 가능한 정보가 전혀 없다. 현재 한국과 세계 각국에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큰 거로 알고 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북한에 있는 진미와 가족이 안전을 보장하길 바란다. 또 남한 측 매체 많은 신문사와 언론에서 관심을 갖는 것도 진미와 진미 가족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연출하는 부분까지 영화에 담은 이유는.

-제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들은 영화처럼 연출된 모습만 보고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국내가 아닌 국외 그러니까 서방 국가들에게 더 해당하는 이야기다. 러시아 유럽 미국은 미세한 뉘앙스나 느낌을 전달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 영화 ‘태양 아래’ 스틸컷. (제공: THE픽쳐스)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술가로서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정치적인 답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 하지만 저는 정직하게 말씀드리겠다. 북한 주민의 삶을 폭력적으로 즉 전쟁과 같은 수단을 통해서 바꿔선 안 된다. 왜냐하면 북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세계 모든 나라와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북한에 사는 사람들에 삶을 바꾸는 과정은 굉장히 오랜 기간 참을성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스스로 국민들을 국제사회에서 단절시킨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만약 그 시스템이 바뀐다면 그 체제가 바뀐다면 두세대에 걸쳐서 그 사람들의 정신부터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약 60년 전에 소련에서는 스탈린이 사망했지만 아직도 러시아의 수많은 사람들에 머릿속에 스탈린은 살아있다. 그렇게 때문에 이 북한 문제는 오랫동안 북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1년 동안 찍은 분량을 모두 가지고 나왔는가.

-촬영한 분량의 100%를 가지고 나왔다. 북한은 촬영 시작 첫날 매일 촬영한 촬영분을 제출해야 하며 당국이 허락하지 않는 촬영분은 폐기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저희는 촬영을 끝난 직후 비밀리에 최대한 많은 분량 모든 분량의 카피본을 떴다. 제출본은 70%의 분량이 삭제된 상태로 제출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은 전혀 그 사실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고 눈치챘다면 반출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영화가 세계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500여석 이상이 있는 영화관에 자리가 가득찼고 서서 보는 사람도 봤다. 그리고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현재 상영될 계획이다.

특히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굉장히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한국의 수많은 영화관들이 정말 중요하고 아픔이 있는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를 들면 상영시간을 아침 일찍 배치하거나 밤늦게 배치하는 등이다. 어떻게 보면 상업성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는 듯한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