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납치된 캐나다인
무장단체 “몸값 73억” 요구
경고시한 지나자 인질 참수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7개월 전 필리핀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에 납치된 캐나다인이 살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필리핀의 치안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 AFP 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존 리즈델(69)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현지경찰이 필리핀 남부에서 참수된 백인 남성의 머리를 발견했다고 밝힌 이후 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냉혈한 살인행위”라고 비난하며 “이 극악무도한 행동을 저지른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의 가족에 깊은 애도를 전하는 한편 “캐나다 정부는 다른 인질들의 안전이나 석방 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공개하거나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리즈델은 지난해 9월 필리핀 민다나오섬 남동부 다바오시(市) 인근에서 요트에 타던 중 다른 캐나다인 관광객과 현지인 여자친구, 노르웨이 국적 리조트 매니저 등과 함께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6주 뒤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가 이들을 납치했다고 밝혔고, 이들은 인질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세 사람의 몸값으로 3억 페소(약 73억원)를 요구해오다 마지막에는 1인당 3억 페소로 올렸다. 마지막 공개된 영상에서 리즈델은 이달 25일 오후 3시까지 몸값이 지급되지 않으면 자신이 살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경고시한이 수시간 지난 뒤 필리핀 남부에서 참수된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술루 주(州) 졸로시의 준피카 시틴 경찰서장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성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술루주의 홀로 섬 중심가에 백인의 머리가 든 비닐봉지를 놓고 갔다고 말했다. 이 시신은 결국 리즈델로 확인됐다.

최근 필리핀에서 무장 반군단체의 외국인 인질 납치, 살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필리핀 지역의 여행을 자제해줄 것으로 주문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1일 자국 국민들에 대해 필리핀 남부 술루 제도 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경고했고, 지난 20일 영국 정부도 유사한 여행 경보령을 내렸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1월 한국인 피랍·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잠보앙가와 술루 제도, 바실란, 타위타위 제도 등 주변 섬 지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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