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금동반가사유상(왼쪽)과 일본의 목조반가사유상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목조반가사유상, 금동반가사유상과 한자리에
제작 시기, 금동반가사유상이 앞서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출가 전 인간의 보편적 문제인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

반가사유상은 이러한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됐다. 인도에서 처음 등장한 반가사유상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으로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이, 일본에는 국보 주구사(中宮寺)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이 있다. 제작 시기로 보면 금동반가사유상이 목조반가사유상보다 앞선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에, 목조반가사유상은 7세기 후반 아스카시대에 각각 만들어졌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모습으로, 사유에 든 보살의 무한한 평정심과 숭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화려한 보관과 장신구, 몸을 덮은 천의(天衣) 자락은 보살의 위엄을 나타낸다. 이 반가사유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실제로는 공존하기 어려운 ‘반가’와 사유’라는 복잡한 두 가지 자세를 자연스럽게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장신구나 유려한 천 자락을 일정한 두께로 주조한 금동불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뛰어난 조형 감각과 첨단 주조 기술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된다.

일본의 반가사유상(목조반가사유상)은 두개의 상투를 튼 것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반면 높고 큰 대좌 위로 치맛자락이 겹겹이 흘러내려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의 영향을 연상시킨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이 반가사유상에선 일본만의 독특한 조형 감각이 드러난다. 거대한 둥근 의자와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는 점 등이다. 아울러 동시대 일본 목조 불상의 주된 재료인 녹나무로 된 11개의 목조 부재를 조합해 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렇듯 두 반가사유상은 제작 시기와 나라, 재질도 다르지만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은 비슷하다. 이 두 반가사유상은 오는 5월 24일 한자리에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내달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3주간 두 반가사유상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됐다. 목조반가사유상이 일본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두 상의 비교 전시는 양국의 조각가가 독특한 자세의 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며 “인도에서 시작된 반가사유상이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가 어떻게 펼쳐졌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전시가 끝난 뒤에는 ‘미소의 부처님-2구의 반가사유상’이라는 제목으로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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