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당5락’ 지상파 방송에 나와 한기총 금권선거를 폭로하는 김화경 목사. (출처: SBS)

돈·명예 좇는 한기총 돈선거
부정·부패의 온상 손가락질

“개신교 위해 한 일이 없다”
‘한기총 해체’ 운동 불 지펴

끊이지 않는 금권선거 논란
교세 급감 한기총 위상 추락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개신교계 대표 연합단체로 꼽혀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대표성마저 잃고 있다. 한기총 분열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이단논쟁은 회원교단 간 갈등 악화로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빈축을 샀다.

또 몇 년 전 수십년간 곪아 온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가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한기총 해체 촉구 운동에 불을 지폈다. 목사의 이름으로 神이 아닌 돈과 명예를 좇는 금권선거는 한기총의 끝나지 않은 흑역사(黑歷史)이자, 최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한기총 해체’ 촉구 운동을 벌이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금권선거 부끄럽고 화난다”… 한기총 해체운동 발단

지난 2011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10당5락(10억 쓰면 당선 5억 쓰면 탈락)’ 보도는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이후 ‘10당5락’은 한기총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단어가 됐고, 한기총은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한국교계에선 금권선거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는 교단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병폐는 돈을 너무 숭배하는 것”이라며 “하나님, 예수님보다 자기 교회를 더 중요시하고 세속적인 권한과 특권이 늘어나 타락하게 됐다”고 한기총 해체를 주장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의 돈 선거라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보고, 부끄럽고 화가 났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기총은 개신교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한기총 해체’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후 손 교수를 위시한 교계 일각에서 ‘한기총 해체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하면서 한기총 해체촉구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 금권선거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해체를 촉구하는 기독대학생 700인이 2011년 9월 2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한기총 해체 기독대학생 선언식’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에 죄악을 쌓은 한기총은 해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기총 “역대 대표회장들 금권선거 했다” 시인

한기총 내부에서도 결국 금권선거를 시인하고, 자성과 개혁을 요구했다. 수십억의 금권선거 의혹이 터진 한기총은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특별기도회’ 형식을 빌려 금권선거를 인정하고 회개했다. 이 자리에서 특별메시지를 전한 이만신 한기총 명예회장은 “선거에서 분열과 싸움이 일어난 것은 마귀의 싸움이다. 마귀의 속성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목사는 “선거 때, 재작년 대표회장(엄신형 목사)도 돈을 썼고, 작년 대표회장(이광선 목사)도 돈을 썼고, 금년 대표회장(길자연 목사)도 돈을 썼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제 이런 선거관행이 한기총에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나를 포함해 이들 모두가 회개해야 하며, 돈을 받은 사람도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11년 12월 한기총 건물 안에서 구교형 목사(왼쪽에서 첫 번째)가 금식기도회 취지문을 통해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1년 한기총 금권선거 사태 이전부터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기독언론협회가 주최한 제7회 기독언론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조효근(들소리신문 발행인) 목사는 “(한기총) 임원선거 직전에 ‘나는 3억을 내겠소, 아니오 나는 10억이요’ 했던 사안은 한국기독교 100년 역사 속에서 가장 추악하고 서글픈 사건”이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내부에서도 자성을 촉구했지만 올 1월 몇 년 만에 치러진 한기총 21대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금권선거 논란이 일었다.

지난 1월 교회공익실천협의회 김화경 목사는 “한기총 몇몇 총무들이 금권타락선거를 조장하고 있다는 명확한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금권타락선거를 부추기는 한기총 총무단 몇몇 썩은 먹피아들은 제보 받은 내용을 공개하기 전에 회개하고 물러가라”고 촉구했다.

이어 두 후보들에게는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자의 금품제공은 그 자체가 대표회장으로서 스스로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금품 살포를 절대로 하지 말아 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 2011년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은 기독교를 빙자해 편향되고 폐쇄적인 특정 정치 이념만을 추구했다”며 한기총 해체를 외치고 있다. 한기총의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10여년 전부터 교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도 올 초 언론 인터뷰에서 “한기총의 최대 과제가 금권선거 척결”이라며 금권선거 퇴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그가 속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 지난 3월 조용기 원로목사를 수백억원대 교회 예산 횡령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내연녀 논란을 제기해 ‘집안부터 돌아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9일 한기총은 한기총 해체 촉구에 나선 신천지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했다. 신천지는 한기총의 근거없는 이단규정과 금권선거, 거짓교리, 강제개종교육 등을 해체 촉구 이유로 들고 있다. 비리와 내분으로 홍역을 치르며 세력이 급감한 한기총이 신천지를 상대로 어떤 공세를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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