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환경보건학·법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22일 서울 대학로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제조사와 국가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기자회견에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직업환경의학),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환경법학), 박동욱 방송통신대학교 교수(환경보건학),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등이 참석했다.ⓒ천지일보(뉴스천지)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속 전문가들 주장
목숨 앗아간 건 화학물질 아닌 사람
옥시 살인죄, 정부 법적 책임 물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PHMG(폐 손상원인 물질)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할 경우 사전에 안전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검토없이 한국시장 판매를 강행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2일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연구하고 파헤쳐온 의학·환경보건학·법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센터는 “옥시는 PHMG의 흡입독성과 관련된 정보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SK케미칼 측으로부터 받았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의 사용 후 피해 호소가 잇따름에도 제품의 안전성 검토없이 계속 제품판매를 강행했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약사법 같은 몇몇 법규에서 규정하고 있는 관리대상 제품에 한해서만 살생물질이 포함된 제품만 사전허가를 받는다. 이에 2011년 이전 가습기 살균제처럼 관리대상이 아니었던 제품은 어떠한 규제 없이 자유롭게 시장 출시가 가능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피해자가 발생한 지난 2011년 말 의약외품으로 지정됐다.

반면 유럽은 살생제품이 출시될 때 먼저 역내 회원국 정부로부터 사전허가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살생제품관리지침(BPD)에 따른 사전허가규정에 의한 것이다.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제조회사가 지고, 회원국 정부는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 시장 출시를 허가토록 하기 위함이다.

현재 제조업체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위험성과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해 KC마크는 부여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센터는 미세먼지보다 더 해로운 살생물질이 방안 공기 중에 고농도로 분무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프레이 살균제품에 살생물질을 사용할 경우 흡입독성 시험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사전 검토하고, 제품의 시장 출시 전 관계당국의 사전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도 옥시 측은 유럽 BPD제도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옥시에서 흡입 독성시험결과를 조작, 은폐 시도 후 계속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라며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서 고의로 사람들의 죽음을 방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집단 폐사 사건의 원인 규명이 어렵고, 은폐 축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의도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더라면 이는 살인의 고의성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조업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고, KC마크 부여와 폐손사 원인 물질인 PGH를 일반화학물질로 분류한 정부당국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죄목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엔 옥시레킷벤키저 인사담당 상무 김모씨를, 21일에는 전 민원담당 직원 2명을 소환 조사했다.

한편 정부의 1~2차 가습기살균제 피해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는 530명, 사망 146명이다. 현재 752명(사망 79명)에 대한 정부의 3차 조사가 진행 중이며, 2016년 4월 4일까지 246명(사망 14명)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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