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몰락 부른 이단논쟁 ⓒ천지일보(뉴스천지)

소모적 이단논쟁이 부른 참사
어제는 ‘전문가’ 오늘은 ‘이단’
주체 따라 달라지는 이단규정

‘이단’이 이단 감별하는 모순
학력 위조부터 유죄판결까지
‘이단 감별사’ 자격논란 빈번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CBS 폐쇄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기총의 ‘오락가락’ 이단 규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지난달 28일부터 “CBS와 한기총을 폐쇄·해체하라”며 호소문 배포와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신천지 측은 이처럼 시위에 나선 이유에 대해 “CBS와 한기총이 악의적으로 신천지에 이단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거짓보도로 ‘반사회·반국가적’ 단체로 신천지를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BS와 한기총은 “신천지 퇴출”을 외치는 명분으로 ‘신천지는 한기총 등이 규정한 이단’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 연합기구인 한기총과 산하 여러 교단의 이단 규정 기준이 모호하고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한때는 이단전문가로 활동했던 목사가 이후 이단으로 전락하는가 하면, 소속을 옮기면 이단에서 이단전문가가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이단 감별을 맡고 있는 한기총 산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부위원장 등을 둘러싼 자질 논란 또한 꾸준히 불거지면서 한기총 이대위의 신뢰도마저 함께 추락했다.

이 같은 이단 규정 논란은 최근 한기총·CBS 등이 ‘신천지 퇴출’을 외치는 명분마저 잃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승자박’ 이단 논쟁

교단별 보고 기준으로 1989년 태동기에 100만명이었던 한기총 회원은 2011년 1000만명에 육박했으나 2012년 한교연(한국교회연합) 분리 이후 536만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내분으로 2013년 고신에 이어 2014년 최대 교단인 예장합동마저 탈퇴하자 회원은 189만으로 급감해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구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기총 분열의 발단은 ‘이단논쟁’이었다.

곪을 대로 곪은 이단 논쟁이 터진 건 지난 2012년. 한기총의 무분별한 이단 해제·영입 행태로 교단들의 반발과 ‘탈퇴 러쉬’가 이어졌다. 각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목한 교회와 목사들을 한기총이 영입하면서 교단들의 이단 규정을 뒤엎었다.

2011년 주요 교단들이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 측을 한기총이 회원교단으로 인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드러난 이단 논쟁은 또 다른 연합기구인 한교연의 분리를 낳았다.

또 한기총은 신천지는 이단으로 지목하면서도 ‘신천지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예장 통합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김풍일(김노아, 구 새빛등대중앙교회) 목사의 가입을 받아들이면서 교단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쪼개진 한기총과 한교연은 서로를 이단이라고 비방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과연 한기총과 한교연이 이단 감별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한기총은 2012년 이단영입을 추진한 한기총을 비판한 신학대 교수 207명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이단연구위원 5명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다. 또 한교연을 이단옹호 연루 친이단 단체로, 예장 통합을 이단연루 교단으로 규정하면서 진흙탕 싸움은 가속화됐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한때는 이대위를 대표하는 전문가였던 인물들이 ‘이단’으로 몰리는 사태도 비일비재했다. 한기총은 지난 2012년 성명을 통해 최삼경 목사에 대해 “교회사 최악의 이단이자 신성모독자이며, 이단조작자”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기총이 이처럼 ‘최악의 이단’으로 지목한 최 목사는 한기총에서 1996년부터 이대위 위원, 2003~2008년 이단상담소장, 2009년 이대위 부위원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무려 17년간 한기총에서 소위 ‘이단전문가’로 활동했다.

또 지난 2013년 한기총은 성명을 통해 “심각한 이단에 대해 최삼경 부대라고 할 수 있는 이단감별사 박형택, 진용식, 최병규 등은 여전히 그를 옹호하고 동조하는 등 패거리 정치를 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기총이 비난의 화살을 날린 이들은 오랜 기간 한기총 이대위에서 활동하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던 한때 ‘잘 나가는’ 이단감별사였다.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분리된 이후 최 목사는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라는 이단대책위원회의 위원 자격으로 한기총을 이단으로 공식 분류했다. 과거 이단전문가가 이단이 됐다가 소속을 옮기자 다시 이단전문가가 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2013년 진행된 기독언론 포럼에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강춘오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현재 한국교회는 이단 문제를 직업으로 삼는 직업적 이단감별사들에 의해 무분별한 이단 시비가 횡행하고, 또 교계 연합기관 간에 정치적 이단시비까지 뒤섞여 교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온통 이단천지가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단 규정 기준이 뚜렷한 원칙이나 잣대 없이 주체에 따라, 입맛 따라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서로 이단이라며 갈라선 한기총과 한교연이 누굴 이단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냐”고 반문했다.

▲ (왼쪽부터) 신현욱 (구리 초대교회) 목사, 진용식(안산 상록교회) 목사.

◆이단 감별사 자격 있나

한기총 이대위를 둘러싼 자격 논란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13년 한기총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진용식 목사와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 신현욱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예장 합동에 파직을 요청했다. 진용식 목사와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가 한기총이 규정한 이단’이라는 명분을 들어 신천지 교인을 상대로 강제개종교육을 진행해 수익을 올리는 대표적인 목회자다.

한기총 이대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진용식(안산 상록교회) 목사는 한기총이 이단으로 규정한 안식교 출신이었다. 그가 이단 검증 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진 목사는 과거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학력 위조’ 논란까지 휘말려 도덕·윤리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진 목사는 타 교단 신도들을 개신교로 개종시켜 주겠다는 명목으로 가족들에게 금품을 받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야간공동강요’ ‘감금방조’ 혐의로 지난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당시 진 목사는 지난 2000~2001년 사이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 정백향 대표 등을 상대로 강제개종교육을 강행했다. 또한 남편과 가족들이 안산상록교회 옥탑방과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감금하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 진용식 목사의 공동감금 방조죄 관련 판결문 (출처: 진피모)
▲ 진용식 목사의 공동감금 방조죄 관련 판결문 (출처: 진피모)

한기총은 또 진 목사가 정규 학력사항란에 ‘초등 중퇴’라고 기재했는데 어떻게 총신대 입학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진 목사의 실제학력은 전북 신태인초등학교를 1963년에 입학, 2학년까지 수료로 초등학교 중퇴다.

진용식피해자모임(진피연) 측은 “진용식은 애초에 학력미달로 목사자격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이라며 “자격미달이고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목사 자격도 없는 사람이 이단상담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또 진 목사와 손을 잡고 개종교육을 하고 있는 신현욱 목사(2014년 10월 13일 임직)에 대해 지난 2013년 한기총 이대위는 이단성이 심각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기총은 가장 심각한 이단으로 규정된 최삼경 목사와 교류한 점과 교계의 공인 신학교를 나오지 않았음에도 교회 목사를 사칭한 점, 신학공부도 하지 않은 자신의 친인척을 임의로 전도사로 임명해 활동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에 따르면 진 목사와 신 목사 등은 여전히 버젓이 이단전문가로 활동하며 강제개종교육을 자행하며 인권 유린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단 논쟁은 ‘이단’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한기총과 CBS 등이 외치는 ‘신천지 아웃’이 설 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신천지는 지난달 호소문을 통해 “한기총과 CBS는 거짓말을 지어내어 우리를 망하게 하고자 한다”면서 “한기총은 한때 교인 수가 1200만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급감해 그 절반이 됐고 (한국교회연합과 분리돼) 두 개로 갈라져 서로 이단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 지난해 4월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가 이단상담소로 쓰이고 있는 경기도 안산 상록교회(담임 진용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을 짓밟은 이단상담소 안산상록교회를 즉각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강피연에 따르면 ‘신천지가 한기총이 규정한 이단’이라는 명분을 들어 신천지 교인을 상대로 강제개종교육을 진행해 수익을 올리는 대표적인 목회자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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