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 할머니

서수찬

콩알 할머니
길 한 편에
콩알만 하게 앉아
콩알을 팝니다. 
사람들은 콩알 몇 개를 
더 담아 주어도
콩알만 한 인심이라고
한마디씩 하는데
비둘기들은 땅바닥에
떨어진 콩알일망정
콩알 할머니에게
연신 절하면서
콩알을 주워 먹습니다.

 

[시평] 길을 가다가 보면, 나물 몇 줌, 곡식 몇 되, 야채 몇 단, 호박 등의 열매 몇 개를 길에 놓고 파는 할머니들을 볼 수가 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바리바리 이고지고, 이렇듯 도심으로 나와 작은 장을 벌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들. 

지나던 사람들 가끔씩 발을 멈추고 할머니에게 야채도 또 콩도, 열매들도 사가지고 간다. 인심 좋은 할머니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어 봉지에 얹어주어도, 사람들 그거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냥 받아간다. 아이고! 저 야채 한 단, 저 곡식 한 봉다리, 저 열매 하나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었고, 또 이곳까지 이고지고 오시느라 수고를 했겠는가.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 그저 무심할 뿐이다. 내가 돈 주고 사는 것인데, 뭐 어떠냐 식의 그 당당함(?). 그러나 그럴까, 과연 그럴까. 곡식 한 톨, 야채 한 단 귀하고 고마운지를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직접 농사를 짓고 또 이고지고 나와 파는 할머니들을 뵈면 알 것 같다. 돈으로도 값할 수 없는 것, 또한 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 알 것 같다. 그래서 저 무심의 비둘기들, 연신 할머니께 절하며 콩알 주워 먹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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