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공동대표가 “검찰이 20여개의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공동대표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안방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 

롯데마트 ‘잘 봐주세요’ 하고
검찰에 사과한 것과 같아

작년 말 피해자 접수 끝내
정부의 ‘직무태만’에 분노 

5년간 해결된 것 전혀 없어
사고 낸 기업 철퇴 가해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검찰이 지난 19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영국계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임원을 소환, 사건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의 1·2차 가습기살균제 피해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확인된 피해자530명 중 76%인 403명과 사망자 142명 중70%인 100명이 해당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루 전인 18일 롯데마트(가습기살균제 판매) 측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고발된 업체 가운데 최초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아닌 검찰에 대한 사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 강찬호(46) 공동대표를 통해 피해자의 입장을 들어봤다.

-롯데마트 측의 기자회견이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생각은.

우리(피해자 가족들)는 지난 5년간 피해자를 많이 낸 ‘옥시’를 쫓아 다녔다. 그 뒤에서 꼼짝 안 하던 롯데마트 측이 사과한 것은 안 한 것보다는 진전이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한 시점이 검찰이 옥시 측 인사담당자를 소환하기 하루 전이다. 이건 누가 봐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또 “잘 봐 달라”라며 검찰에게 사과한 거다.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람을 죽게 한 기업이 자기의 책임을 인정하고 대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롯데마트 측의 사과 내용도 최소 접근 수준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제품을 쓰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상당히 많다.

그동안 많은 가해기업이 옥시 뒤에 숨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마트 측의 행동은 검찰 수사로 인해 옥시가 한 잘못이 하나둘씩 드러나니 이제야 잘못을 인정한 거라고 본다. 사과를 안 한 것보다는 낫지만,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롯데마트 측은 기자회견 당시 피해자인 우리를 부르지도 않았다. (기자회견 소식에) 기자회견장에 갔지만, 우리에게 와서 “죄송하다”는 말도 안했다. 그저 브리핑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검찰 수사도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시작했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이 만들어지고 3개월이 됐는데, 옥시 측의 연구보고서 조작, 유해성은폐 등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2011년 당시 바로 수사가 진행됐다면 더 빨리 사건이 밝혀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가해 기업 로비 등을 통해 불리한 조건에서 합의한 사람도 상당할 거다.

지난해 한국에 온 옥시 측의 영국 변호사는 “왜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냐”며 오히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이라면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수사했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또 201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가해 기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해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는데, 수사가 지연됐다. 지금에서야 수사가 진행되는데 피해자들은 수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길 바란다.

-2011년 당시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유해성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행동에 대한 생각은.

모든 게 지연된 이유는 정부의 늑장대응 때문이다. 지금도 최소 접근일 뿐이다. 정부는 애당초 이 사건은 기업과 피해자의 문제인 거지, 정부가 관여할 게 아니라며 처음부터 지금까지 선을 그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피해자들은 계속 활동해왔다. 그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았지만, 굉장히 적다. 피해자 접수도정부가 주도해서 해야 하는데, 작년 말 접수를 끝냈다. 끝낼 시점도 아닌데 종료한 것은 그야말로 ‘직무태만’이다.

- 앞으로 계획은.

대대적인 불매운동, 소비자운동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검찰이 수사를 통해 20여개의 제조판매사 모두를 처벌하도록 계속 호소할 거다. 만약 가해 기업이 고의성을 알고도 판매했다면 살인죄가 적용된다. 검찰은 가해 기업 임원을 구속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 가해 기업들은 공동의 책임을 인식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 또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부분을 우리는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사회 기금을 조성해 문제 해결을 도와야 한다. 특히 국회는 기업과 피해자들 간 중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부와 국민에게 바라는 점.

세월호 사고가 해상에서 일어났다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우리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다. 기업이 돈벌이를 위해 아이들과 임산부의 생명과 안전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이다. 사건 이후 검찰은 늑장대응하고, 정부나 기업도 책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가습기 살균제사건이 해결된 줄 안다. 하지만 아직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소비자 제품은 모든 사람이 사용한다. 제조 판매사는 ‘화학제품의 용량이 적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만약 그게 치명적인 독성을 일으키는 거라면,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거다. 음식, 생활용품 등에서 구멍이 뚫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전 국민은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있다. 돈벌이하고 사고를 일으킨 기업은 철퇴를 가해 영업중지 시켜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기업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 중요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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