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 대전교회가 지난 4일 대전시 중구 계백로 대전CBS 정문 앞에서 한기총 해체와 CBS 폐쇄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 신천지가 진행 중인 ‘한기총 해체’ 촉구 시위와 서명운동에 일부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이 참여하면서 한기총 해체 촉구 움직임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정치와 얽혀 출생, 한국대표 연합기구로 성장
“5공 시절 교계 진보세력 견제 목적으로 태동”
한기총 초대 총무 “원로들이 군사정권 찬양해”

보수정권 대변단체로 자처 논란 불러일으켜
10여년 전부터 교계 일각 ‘한기총 해체’ 촉구
신천지 시위 이후 ‘한기총 해체 논란’ 재점화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CBS·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해체를 본격 요구하고 나선 것을 기점으로 다시 한기총 태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기총은 ‘한국 기독교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공감’ 즉 종교적 이유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종교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설립됐기 때문에 한기총의 정권유착은 예고된 수순이었으며, 결국 오늘날의 부패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한기총 해체’ 주장은 교계 일각에서 지속돼왔다. 지난 2011년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기독인 네트워크)’가 발족했고, 이들은 ‘부패한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복음화를 막는다’면서 해체를 촉구했다.

▲ 지난 2011년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은 기독교를 빙자해 편향되고 폐쇄적인 특정 정치 이념만을 추구했다”며 한기총 해체를 외치고 있다. 한기총의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10여년 전부터 교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기총은 보수정권 대변단체?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기총이 ‘정치’와 뿌리 깊게 얽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근에도 한기총 등을 중심으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가 헌법에서 명시한 정교분리 위배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또 올초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한 지 하루 만에 한기총은 1000만인 서명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동참에 나섰다. 또한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인 테러방지법, 국정교과서, 국가보안법 등에 대해 줄곧 보수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다. 명분은 구국 기도회였지만 그 성격은 친미, 반공을 지지하는 집회도 수차례 열었다.

이 같은 한기총의 정치성은 단체의 설립 배경을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출발한다.

한기총 홈페이지에 게재된 설립 취지문(정관 전문)을 보면 ‘범 교단의 교회지도자들이 한국교회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데 공감해 1989년 4월 28일 한경직 목사 외 300여명이 서울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창립 준비위원회 총회를 가졌다’라고 단체 출범 배경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이와 다르다. 당시 한국교회 연합단체로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존재했다. 지난 2010년 4월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한기총 진단 포럼에서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한기총은 NCCK로 대변되는 한국교회 진보세력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한기총 초대 총무는 2010년 모 기독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기총 설립 당시에 전두환 정권이 NCCK 같은 반체제 기독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한기총을 탄생시켰다는 말이 돌았는데, 총무로 활동하면서 그 소문이 사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증거로 한경직 목사를 위시한 원로들이 군사정권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찬성했고, 당시 문공부 종무실장이 박맹술 회장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서 무언가를 지시했다”고 말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 지난 1월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국가안보와 북핵폐기를 위한 국민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만세합창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 김삼환 목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나경원 의원, 정두언 의원, 박인숙 의원.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국교회 보수세력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988년 2월 NCCK의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선언’ 발표 이후다.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성을 고백한 이 선언을 예장 통합 총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한경직 목사는 1989년 1월 남한산성에 한국교회 원로들을 불러 모았고 “NCCK가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인철 한신대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당시 남한산성 모임에 참여한 10명 중 9명이 북한 출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준비를 거쳐 창립된 단체가 한기총이라는 설명이다.

‘동아일보’ 역시 1989년 1월 7일자 기사에서 한기총의 출범배경에 대해 ‘NCCK 내의 보혁갈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를 하나로 묶기 위해 출범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분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5공 종교대책반 활동의 결과물”

또 10여년 전 언론을 통해 공개된 ‘5공화국 당시의 문건들’이 한기총의 설립에 정치적인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과거 ‘뉴스앤조이’ ‘시민의신문’ 등은 한기총을 비롯한 5공과 6공 정권 당시에 탄생한 보수단체들이 종교대책반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 초기부터 5공 세력이 기독교 내 진보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종교대책반을 운영하고, 보수 온건세력의 조직화를 지원했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확인됐다. 또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 오충일 목사 역시 지난 2005년 4월 인터넷언론인 포럼에서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 설립 멤버들이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재임시절 조찬기도회에서 국가원수를 축복하고 군사정권을 정당화했다는 지적도 앞선 주장들에 힘을 싣고 있다.

▲ 지난 2014년 3월 1일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애국단체총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 및 기도회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처럼 한기총은 기도회라는 명분으로 보수적 성향의 목소리를 내왔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국교회 대표 연합단체로 급부상

이처럼 한기총은 정치권력을 등에 업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또 한국교회의 분열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교단들은 한기총 가입을 정통성을 얻는 명분으로 여겨 한기총 가입에 열을 올렸고, 한기총도 세를 불리기 위해 이를 환영했다. 그 결과 한기총은 단체의 정관 전문에서 “창립 20주년을 지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연합기구가 되었다”라고 스스로 밝히듯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띠며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NCCK는 역사와 신학적인 명분에서는 한기총보다 우위에 있지만 가입 교단 수에서는 밀린다. 현재 한기총에 76개 교단(행정보류 및 회원권 제한 교단 포함)·17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반면 한교연은 38개 교단·10개 단체가, NCCK는 10개 교단·5개 단체가 회원교단으로 가입돼 있다.

때문에 한기총이 금권선거, 이단 시비 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자 기독인 네트워크 등 한국교회 내에서는 한기총의 문제가 비단 한기총의 문제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임을 시사하며 한기총 해체를 촉구했다.

그간 사그라진 듯했던 한기총 해체 촉구 움직임은 최근 신천지가 진행 중인 ‘한기총 해체’ 촉구 시위와 서명운동에 일부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이 참여하면서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한기총(대표회장 이영훈)이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신천지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서면서 한기총 해체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 지난 1일 신천지 천안교회가 천안서부역 광장에서 한기총 해체와 CBS의 폐쇄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제공: 신천지 천안교회)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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