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암선생 문집 목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

하와이대 교수이자 한국학 원로학자 2명, 개인 소장 유교책판 기탁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선조들의 이 같은 고민이 새겨진 유교책판.

지난해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의 유교책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가운데 해외에 있던 일부 책판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국학자인 하와이 대학교 에드워드 슐츠(Edward J. Shultz) 교수와 객원 연구원 이덕희 교수는 최근 한국국학진흥원에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유교책판 기탁의사를 밝혀왔다.

이번에 기탁되는 유교책판은 슐츠 교수가 소장한 ‘척암집(拓庵集)’ 목판 1장과 이 교수가 소유하고 있는 ‘갈천집(葛川集)’ 목판 1장이다. 이들은 앞서 유교책판의 가치에 주목, 각각 중요 책판 1장씩을 소장하고 있었다. 슐츠 교수는 고려시대 무신정권기를 전공한 한국학 원로학자로 한국역사서들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에 알려왔다. 이 교수도 일찍 하와이로 건너가 터전을 잡고 연구를 한 한국학 원로학자다.

척암집은 한말 의병장을 지낸 척암 김도화(金道和, 1825∼1912년) 선생의 문집이다. 작년엔 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척암집 목판의 일부인 19장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김희주(金熙周, 1760∼1830년) 선생의 문집인 갈천집의 목판은 진흥원에 처음 기탁되는 문집 책판이다.

진흥원은 “유교책판은 이미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특히 민간 소장 기록자료는 개인의 소장보다 모아서 그 가치를 함께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탁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유교책판이 보관된 장판각 내부 (제공: 한국국학진흥원)

앞서 진흥원은 지난 2002년부터 유교책판 10만장 수집 운동을 해왔다. 2005년엔 수집하는 유교책판을 보존·관리할 장판각을 지었다. 2009년부터는 목판연구소를 설립, 유교책판이 가진 학술적 가치를 규명해오다 2012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을 구성했고 2013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그 결과 305개 문중에서 진흥원에 기탁한 718종 6만 4226장의 유교책판이 작년 10월 10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는 다른 등재 기록물들과 성격이 다르다. 진흥원은 “유교책판은 한 시대를 대표하거나 시대의 변혁을 주도했던 기록물이 아니다”면서 “그저 평생 학문에 정진하며 시대의 아픔을 함께 했던 향촌사회 선비들이 남긴 평범한 기록들이 하나둘 모여서 유네스코의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등재된 유교책판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교책판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정확한 자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진흥원에서는 2004년부터 전국에 산재한 목판 조사를 실시, 현재 경상남북도와 충청남북도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부터는 전라남북도와 경기도 등에 남아있는 유교책판을 조사한다.

진흥청은 이번 기탁 사례를 계기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유교책판의 공적 기탁을 유도해 향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추가 등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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