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1962년 첫 자동차 판매를 시작해 글로벌 판매 5위를 기록하고, 올해 4월 현재 54년 만에 누적판매 1억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이 먹여 살린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민의 참여가 많은 기업이다.

하지만 오너가의 과도한 급여와 퇴직금 논란, 주가를 하락시킨 한전부지 고가매입 사건, 횡령·배임 유죄판결 등 어두운 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기업은 많은 사람이 협력해 이룬 결정체이기에 한 개인만을 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가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민기업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그간의 명(明)과 암(暗)을 기획 연재한다. 역사는 거울과 경계가 된다.

 

 

전문경영인 5배 수준 급여 논란
퇴직금도 타기업 임원의 3.47배
“지배주주 퇴직급여, 사익추구”

실적 떨어져도 정 회장 급여 일정
10조원 한전부지, 주가하락 비판
“횡령·배임, 등기임원 자격없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총 98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2014년) 현대제철 등기임원을 사임하기 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전문경영인 대비 5배나 되는 급여와 과도한 퇴직금은 논란의 대상이다.

더구나 최근 3년간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하락세였지만, 이러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정 회장의 급여는 과도한 수준을 유지해왔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10조원이 넘는 투자금으로 한전부지를 매입한 것은 주가하락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과거 정몽구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력은 최근 계열사의 주주총회 때, 정 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되는 데 합당치 않은 전력(前歷)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사장의 5배 급여·3배 퇴직금

지난 3월 3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 급여 56억원, 계열사 현대모비스 급여 42억원 등 총 98억원을 받았다. 이는 정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임원직을 사임하면서, 2014년에 215억 7000만원을 받은 금액보다는 적지만 전문 경영인보다 약 5배나 되는 금액이다.

현대차의 경우 윤갑한 사장은 10억 5300만원, 김충호 전 사장은 29억 9600만원(급여 11억700만원+퇴직금 18억8900만원), 현대모비스 정명철 사장은 10억 4900만원, 최병철 부사장 5억 5600만원을 받았다. 사장과 부사장 사이의 급여 차는 2배도 안 된다. 하지만 정 회장과 사장단의 차이는 4~5배에 이른다.

과도한 퇴직금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정 회장은 지난 2014년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 108억 2000만원과 급여 7억 4000만원을 받았다. 한 경제개혁 단체의 올해 3월 분석 보고서에선 2014년 퇴직임원 99명의 1년당 퇴직금이 평균 1억 7500만원이었던 반면, 지배주주 일가인 임원의 퇴직금은 1년당 평균 3억 8400만원으로 2배 많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이보다 더 많았다. 현대제철을 사임하면서 받은 퇴직금이 다른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보다 3.47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퇴직 후 생계보조수단이나 노후대책의 의미가 강한 퇴직금 제도를 지배주주 일가 임원에게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배주주 일가 임원은 경영에 참여하고 성과에 따른 초과이윤과 배당을 받는 입장에서 퇴직급여는 사익추구의 유형으로 볼 수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고 지적했다.

▲ 2015년 현대차·현대모비스 전문경영인과 정몽구 회장의 급여 비교 ⓒ천지일보(뉴스천지)

◆실적하락에 횡령·배임혐의까지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과 정몽구 회장의 급여 추이는 어땠을까. 현대차그룹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3년(46기) 8조 3154억여원, 2014년(47기) 7조 5499억여원, 2015년(48기) 6조 3579억여원으로 점점 줄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현대차에서의 급여는 2013년 56억원, 2014년 57억 2000만원, 2015년 56억원, 현대모비스에서는 2013년 42억원, 2014년 42억 9000만원, 2015년 42억원으로 사장단의 4~5배 급여가 꾸준히 유지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중국에서 부진을 겪으며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해 3월 중국에서 약 10%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실적은 6월에 7%대까지 떨어졌다. 당시 현대차의 주가는 하루 사이에 10% 이상 급락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원래 목표 820만대를 달성하지 못하고 801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엔 영업이익 1조 5000억원으로, 2010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몽구 회장의 꿈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위한 옛 한전부지의 10조 5500억원의 고가 매입은 회사를 주가하락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해 한전부지를 고가로 매입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100년을 내다보고 경쟁사를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니 금액 결정에 마음이 가벼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구나 부지 매입 결정을 위한 이사회와 낙찰 후 최종 계약체결을 위한 이사회에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모두 불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 의사록을 받아 이를 확인하고, 중요한 업무 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불참한 정 회장의 모습은 “책임 있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과거 비자금 조성 등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은 부분도, 최근 한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재선임 될 때 비판을 받았다.

지난 3월 11일 현대모비스의 제39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당시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에 반대 권고를 했다. 이유는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 횡령과 배임으로 2007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 2007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과 8400억원의 사회환원, 사회봉사명령을 선고 받았다. 이어 2008년에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또한 정 회장은 현재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 외에도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와 현대건설, 현대파워텍, 현대엔지비의 비상근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서, 업무상 높은 충실의무가 있는 최고경영자로서 현대모비스 등기이사 재선임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받았다.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몽구 회장은 회사와 대규모거래 관계에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의 지배주주로 이해관계 충돌의 위험이 있다”며 “정몽구 회장은 이사로서 충실의무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력이 있고, 회사와 이해상충 위험이 있으며, 과도한 겸직으로 충실의무 저해가 우려되므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 최근 3년간 현대차그룹 영업이익과 정몽구 회장의 급여 추이 비교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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