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해어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고의 예인으로 자란 두 여인… 엇갈린 사랑에 무너지는 우정
1940년대 복식·노래 재현… 아름답지만 슬픈 시대 담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

여자의 질투와 우정, 사랑 등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그려낸 영화 ‘해어화’가 나왔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으로 기생을 부르는 별칭인 ‘해어화’. 비운의 시대인 1943년 경성 마지막 남은 기생학교 ‘대성권번’에는 뛰어난 미모와 실력의 소유자 ‘소율(한효주 분)’과 ‘연희(천우희 분)’가 있다.

명창 어머니의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소율은 어릴 적부터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정가의 명인이자 최고 예인으로 불렸다. 인력꾼인 아비에게 팔려 권번 노예가 된 연희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 덕분에 기생이 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소율과 연희는 둘도 없는 친구로 동기들의 질투를 살 만큼 우정을 과시했다. 소율은 타고난 기질로 조선 최고의 기생 ‘예인’이 되고 싶었으나, 엉겁결에 기생이 된 연희는 그저 소율과 같이 있고 싶은 게 전부였다. 둘은 평생 예인으로 함께하자고 약속한다.

▲ 영화 ‘해어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느 날 소율의 연인인 ‘윤우(유연석 분)’의 등장으로 둘 사이는 변화가 생긴다. 둘은 기생이었지만 대중가요를 좋아하고 가수 이난영을 존경했다. 윤우는 소율과 연희를 당시 최고의 대중가수 ‘이난영(차지연 분)’에게 소개한다. 사실 윤우는 최치림이라는 가명을 쓰는 당대를 풍미한 최고의 작곡가로 이난영의 ‘봄날의 꿈’을 만들었다.

윤우는 양반들만 듣는 어려운 노래가 아닌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대중가요 ‘조선의 마음’을 만들겠다고 소율에게 고백한다. 그 모습에 반한 소율은 ‘조선의 마음’이 되고 싶다고 화답한다.

그러나 ‘조선의 마음’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윤우는 가수 이난영의 추천으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연희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요동친다. 결국 윤우는 연희에게 ‘조선의 마음’이 돼 달라고 부탁하고, 연희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았어. 조선의 마음이 돼야겠어”라며 기생을 그만두고 가수가 된다. 우정도 사랑도 뺏긴 소율. 윤우와 연희를 사랑했던 순수한 마음이 분노로 변해 버린다.

▲ 영화 ‘해어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한효주와 천우희, 유연석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숨은 실력을 선보였다. 한효주는 배역을 위해 영화 촬영 3개월 전부터 정가와 한국무용, 일본어를 공부했다. 덕분에 한효주는 ‘해어화’에서 수준급의 정가 실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천우희는 1940년대의 가요 창법을 익히기 위해 창법과 트로트를 연습해왔으며, ‘조선의 마음’ 1절을 작사하기도 했다. 유연석은 당대 최고 작곡가인 만큼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연기하기 위해 전자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해 ‘아리랑’ ‘사의 찬미’를 직접 연주했다.

영화의 볼거리는 다양하다. 권번은 조선의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제작됐고, 소율과 연희가 노래하는 경성클럽은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조선의 모습으로 재현됐다. 시대와 시대가 교차하던 과도기답게 민족 고유의 의상 한복부터, 서양의 양장, 일본의 기모노 등이 공존해 매력을 뽐낸다. 특히 박흥식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저곳에 가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 불후의 명곡들이 고스란히 재연돼 귀가 즐겁다. 영화는 가슴을 울리는 가수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봄아가씨’ 등 당대 히트곡과 시대를 반영해 제작된 대중가요를 선보인다.

▲ 영화 ‘해어화’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반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쉽다.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연희와 소율, 윤우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에 전개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감정선이 중요한 세 사람 각각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진다. 마치 마지막의 한 마디 대사를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달려나간다는 느낌이다.

천우희의 노래 실력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게 하기엔 부족하다. 오히려 한효주의 정가가 새롭고 아름답게 부각됐다. 아울러 기생보다는 가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영화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주목받기 충분하다. 그동안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은 한효주는 순수한 소녀의 사랑이 어느 정도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그렸다. 또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하는 배우 박성웅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영화 ‘해어화’는 지난 13일 개봉해 절찬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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