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을 조사하고 있는 환경부가 문제의 근본인 엔진 전자제어장치(ECU) 소스코드 분석보다는 기존의 조사방식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자동차·IT·법률 전문가들이 해당 소스코드를 받아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담당 과장은 지난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방법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폭스바겐 피해 소비자의 법정대리인인 바른은 자동차·IT 전문가인 ㈔법안전융합연구소 소속 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의 폭스바겐 차량의 ▲엔진 ECU 구조설명서인 ‘A2L 소스코드’ ▲리콜 시 새로 다운받는 ‘HAP 파일’ ▲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 ‘소프트웨어 사양서’ 등 3가지만 제출받아도 문제를 90%까지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담당 과장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 인터넷을 열어서 소스코드 보기만 눌러봐도 수십 페이지가 나오는데 이것을 어떻게 분석하겠느냐. 또 완벽히 분석한다 해도 반박이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차량을 굴려봐서 충분히 규명할 수 있다. 미국은 배출가스 기준 40배 초과한다고 밝혀냈다지만, 우리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 안 하는 것도 발견했다”며 자부했다.

미국에서는 신형 EA288엔진 차량도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현재 “EA288엔진 차량에서 어떤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고도 충분히 규명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예시로 든 인터넷 소스페이지는 전체를 다 살펴보는 게 아니다. 가령 이미지가 잘못됐다면 소스코드의 ‘이미지(IMG)’ 부분만 검색해서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다. 이는 초등학생 블로거도 아는 사실이다.

폭스바겐은 ‘ECU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기존 배출가스 시험 장치를 완벽히 속였고, 일반 주행 시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오염물질을 내뿜게 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인 소프트웨어를 증거로 받아내야 하고, 이것을 자동차·IT·법률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강조한다.

도둑을 잡을 땐 도둑질에 사용한 ‘도구’와 ‘증거’를 잡아야 확실히 잡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폭스바겐 측은 배짱으로 가만히 있고, 소비자는 답답해한다.

‘전자정부’ ‘IT강국’ ‘창조경제’를 내세운 정부라면 현재에 일하는 방식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각 분야 전문가와 협업해서 글로벌 이슈인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지능적’이고 ‘창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추가비용을 덜 들게 하는 창조경제가 아닐까. 또 가까운 미래의 스마트자동차 시대를 앞둔 정부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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