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총선에서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하고 나선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이 지난 11일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고 한국교회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출처: 조선일보)

대결구도 벌인 두 기독정당
“韓교회 창당” “겨우 27일째”

SNS로 물밑 작업한 ‘자유당’
신문에 광고 직격탄 ‘민주당’

보수진영 차별금지법 반대에
진보진영 NCCK 상반된 노선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0대 국회 진입을 위해 총공세를 펼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선거전 결과를 코앞에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전국적으로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사활을 걸고 이번 선거에 한국교회 역량을 총동원한 기독정당들이 얼마나 개신교인들의 표심을 움직였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계 연합기구와 각 교단에서 내로라하는 목회자들이 선거운동에 대거 투입된 만큼 개신교 내부에서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개신교계 보수진영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대변해 정치권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을 내비쳤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개신교인 비율은 약 40%로 무려 120여명이 크리스천이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 보수진영은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저지 등 자신들의 주장을 국회에 관철시켜낼 창구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뛰어든 이유인 셈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분오열된 한국교회의 모습을 투영하듯 기독정당도 하나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은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저지 등 비슷한 내용의 정책을 갖고 있지만 하나를 이루지 못했다. 진리대한당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세력으로 압박 기독자유당

지난 11일에는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 양당이 조선일보 등에 나란히 광고를 게재하는 등 경쟁구도를 연출했다.

내로라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지도자급 목회자들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는 기독자유당은 광고 문구에서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을 합법화하려는 세력들이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 모든 해결책은 4.13 총선에 기독자유당으로 참여해 기독교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하고 한국교회 원로 목사들이 하나가 돼서 기독자유당을 창당하게 됐다”고 홍보했다.

기독자유당 보다 2년여 앞서 창당했지만, 이렇다할 유명한 목회자를 영입하지 못해 열세를 띠고 있는 기독민주당은 광고 문구를 통해 그간 기독민주당 활동에 대한 기사 제목을 나열하며 “선거 때면 유명 목사 내세우는 정당 말고 평소에 일해서 검증된 기독당(기독민주당)에 투표해달라. 전광훈 목사가 만든 5번 기독자유당은 창당 27일된 정당이다”며 기독자유당을 견제했다.

◆반격 나선 기독민주당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의 신경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기독자유당이 창당하기 앞서 기독민주당은 2년여 동안 총선을 위해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반동성애·이슬람 집회 등을 주도하며 ‘기독당’이라는 이름을 한국교회 알리고, 전국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던 터라 갑작스런 기독자유당 등장이 곱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난 3월 창당한 기독자유당은 조용기·이영훈·장경동 목사 등 내로라하는 목회자 수십명을 지지자로 앞세우며 한국교회 대표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난 4일에는 기독자유당이 기독민주당 당원들이 탈당해 자신들의 당에 입당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어 기독민주당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기독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사흘 후인 7일 기독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주장하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조용기 목사 등 50여명의 대형교회 목회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기독당은 이들과 함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등 5개 단체도 고발했다. 기독민주당은 “특정 정당의 비례대표를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목회자들을 상대로 SNS 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기독자유당이 발송한 문자에는 “기독정당이란 이름이 몇 개 있으나 한국교회 전체가 세운 당은 5번 기독자유당뿐”이라며 유명 원로 목회자들의 이름이 명시됐다.

◆갈가리 나뉘는 기독인 표심

기독정당들이 외치는 반이슬람 정책은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한국이슬람교는 기독자유당이 총선 공약으로 이슬람 반대 등을 외치며 선거홍보물까지 내건 데 대해 불쾌감을 표출하고 나섰다. 한국이슬람교는 “특정 종교에 대한 악의적 명예훼손”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회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했다.

기독자유당이 유포한 홍보물에는 ‘동성애·이슬람·반기독 악법을 꼭 막아내겠다’ ‘할랄단지 조성계획 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면 대한민국은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급증 및 안전보장 불가’ 등의 문구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개신교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동성애와 이슬람 등을 포용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NCCK는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의 정책공약과는 상반되는 정책을 가진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NCCK는 이달 초 교인들에게 투표를 장려하며 투표할 후보자의 정책 중 한 가지로 “모든 차별이 사라지고 서로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실현할 후보에 투표하자”며 정책제안서를 제시했다. 차별금지법을 철폐하자는 기독자유당·기독민주당과는 정면 대치되는 움직임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대거 출동해 정치권에 뛰어들겠다며 기독정당을 창당하고 나선 이번 총선에서 기독교인들의 표심은 과연 어디로 향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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