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과연 국민을 위한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
[천지일보 시론] 과연 국민을 위한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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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 즉 국가(정부)와 종교단체의 분리를 뜻하는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은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어쩌면 정교분리는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교분리는 꿈에나 그려볼 얘기다. 외려 정교일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치와 종교가 밀접하게 상호교류하며 자신들만의 권력층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이슬람 국가를 제외한 많은 나라가 교회와 국가가 분리된 형태의 정교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교회용어사전에는 이러한 형태를 ‘교회와 국가가 상호 간섭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기보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와 국가는 이런 균형을 이루도록 피차 끊임없는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종교학대사전에서는 ‘국가와 종교의 결합은 신교 자유의 보장상 유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권력과의 유착에 의한 종교의 타락, 부패의 위험을 수반하고 있으며, 또한 국가를 종교적 대립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불신, 증오를 국민에게 발생시켜서 국가 자체의 파괴를 이끌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국가와 종교는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 사는 것이 정해진 틀 안에서 그 규범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지만 이는 이론에서 멈춰있을 뿐,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서도 안 된다. 할 수 있으면서도 안 하는 것, 그것을 제도나 관행 탓으로 떠넘기려 하는 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하면,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는 말 그대로 이상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

작금의 우리 정치를 보자. 한국 사회에서 정치란 무엇인가. 공직자들의 종교편향 논란은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4.13총선으로 각 정당이,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일들의 퍼레이드다.

최근 기독교방송 CBS가 주최한 4.13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특정 종교단체를 비방하는 데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했다. 전남 CBS가 지난 4일 순천시 후보자 초청 토론회라는 명목 하에 특정 교단을 비난하고 출연한 정치인들의 입에서 ‘이단 대처’라는 종교적 발언을 유도해 내는 등 방송윤리에도 어긋나는 행동을 보였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등 종교편향적 발언을 일삼은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공정성을 잃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들의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니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순천시 선거구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출연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자신을 기독교 신자에, 반석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 소개하는가 하면,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는 사실의 진위여부도 가리지 않은 채 특정 교단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또한 자신을 순천제일교회 안수집사이며, 순천에서 미션스쿨을 졸업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나온 이들인지, 특정 종교를 옹호하기 위해 나온 종교인들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에까지 나와 종교편향적인 발언을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을 맡길 수 있겠는가. 비단 이들만을 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종교를 수단으로 삼아 권력을 쟁취하려고 하니 정교분리는 그저 허공에 흩어진 공허한 메아리와 같을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웃지 못할 촌극이 또 하나 벌어졌으니 바로 기독당과 기독교자유당 간의 기 싸움이다. 2014년 5월 1일 창당한 기독당과 지난달 창당한 기독자유당은 ‘기독’이라는 같은 이름을 내걸고 서로를 헐뜯기에 바빠, 정치인도 종교인도 아닌 애매한 입장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당 이름에서조차 다른 종교는 배척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이 두 정당은 과연 국민을 위해 존재하겠다는 것인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창당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을 위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이, 그리고 종교인들이 외려 소통과 화합을 방해하고, 편견과 갈등과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자부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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