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궁내청(宮內廳, 왕실담당 행정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문서에 대한 반환을 일본에 요청하기로 해 국민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왕실문서 반환요청이 더욱 의미있는 것은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울 수 없는 굴욕의 역사이지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치유될 수 있기에 정부의 이와 같은 용기있는 행동이 국민들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열리는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에게 일본 왕실에서 보관 중인 ‘조선왕실의궤’와 한말 왕실도서인 ‘제실도서(帝室圖書)’, 국왕의 교양 강의에 쓰였던 ‘경연(經筵)’ 서적의 반환 등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하니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일본 왕실로부터 우리네 유물을 돌려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요청할 도서들이 일본 정부도 관여하기 힘든 왕실에서 보관ㆍ관리하고 있어 반환이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를 향한 우리 정부의 이번 ‘문화재 반환요청’이 일제강점기 때 약탈해간 유물들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온 국민의 바람이자, 당연이 그렇게 되어야 할 역사의 순리라는 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현재 일본 궁내청에는 1922년 조선총독부가 기증 형식으로 반출한 조선왕실의궤 등 79종 269책 외에 제실도서 중 유교경전 등 38종 375책, 경연에 사용된 서적 3종 17책이 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지나간 역사는 바꿀 수 없지만 왜곡되고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을 수 있고, 부당하게 빼앗긴 우리의 유물들은 되찾아올 수 있다. 아니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

‘107857’이란 숫자가 있다. 이 숫자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정신이자, 되찾아야 할 우리네 문화를 의미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2009년 12월 31일 현재 국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문화재를 파악한 수치(數値)다.

또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어디서 잠들어있는지,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작된 각국 소재 한국문화재 목록화 작업과 지속적인 학술조사사업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조사 결과 현재 18개국 347개 박물관과 미술관 및 도서관 등에 약탈되거나 190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정상적인 수집활동을 통해 많은 유물들이 반출됐음을 다시 한 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약탈되거나 반출된 유물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의 귀환을 꿈꾸며 그 오랜 세월 먼 이국땅에서 잠들어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제외된 목록들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힘이 없어서’ 혹은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빼앗기거나 잃어버린 우리네 정신과 문화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그동안은 외세의 침략과 동족상잔의 비극 등 치유해야 할 상처들이 많았고, 재건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잠시 잊고 살았다지만 이제는 국가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민족정신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문화재 되찾기 운동’에 진력해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시민단체 문화연대는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찾기 위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 12월 24일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소송을 기각한다는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문화연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시민들의 힘으로 항소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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