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전남CBS가 주최한 4.13총선 후보토론회에 출연한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내세우면서 특정 종교단체를 매도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후보들, CBS 대변자로 나선 듯 앞다퉈 신천지 매도… ‘종교 중립성 잃었다’ 자질 논란
신천지 “표에 눈멀어 인권 짓밟고, 거짓 주장에 장단”… 선관위에 유권해석 등 법적대응

[천지일보=임문식·김미정·이미애 기자] 정책공약이나 정치적 견해를 논의하는 총선 후보 토론회에서 특정 종교단체를 매도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전남CBS가 주최한 4.13총선 후보토론회에 출연한 후보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내세우면서 신천지예수교를 ‘용납해서는 안 될 이단’ ‘변태적 권력’ ‘소멸해야 할 대상’ 등으로 지목했다.

종교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 후보자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버젓이 종교편향 발언을 한 것이다.

이날 ‘순천시 선거구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사회자는 “신천지는 종말론을 내세우며 학업파괴나 가정파괴를 일으키며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다”며 신천지에 대한 생각과 대책을 질문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자신을 ‘기독교 신자이고 반석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 소개했다.

이어 “사회적인 폐해를 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단호하게 사회적인 법질서를 세워야 한다”며 “종교적으로 본다면 그런 이단은 절대로 용납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도 신천지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사회 변태적 권력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건전한 기독교단에서 CBS와 합심해서 이들이 소멸하도록, 그와 같은 총력적인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건전한 신앙이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천지를 적대시하는 기성교단을 ‘건전한 기독교’로, 신천지를 소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 역시 같은 맥락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저는 순천제일교회 안수집사이고 순천에서 미션스쿨을 졸업한 사람”이라며 신천지에 대해 “일반 시민들을 미혹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이단에 대해선 사회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기사화한 전남CBS 노컷뉴스는 “전남 순천시 여야 유력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이단 집단 신천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강력한 대처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1984년 3월 14일 경기도 과천에서 창립한 신천지교회는 현재 전 세계에 12지파 소속 95개 교회가 설립돼 있으며 신도 수는 20만여명에 이른다. 새로 입교하는 신도 수가 매년 2만~3만명을 웃돌고 있다. 교세가 급성장하면서 개신교 기성교단으로부터의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학업 중단이나 가정 파괴, 사회적 폐해 등은 대부분 기성 개신교 교단에서 신천지 척결의 사회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주장들이다.

이처럼 신천지와 CBS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총선 후보자들이 일방적으로 기성 교단과 CBS를 옹호하고 신천지를 비난한 것은 개신교계 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직 후보자가 공개 토론회에서 명확한 근거도 없이 특정 종교단체를 비난하는 등 종교 중립에 반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에선 지난 2008년부터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가동할 만큼 공직자의 직무상 종교차별 행위를 사회통합을 해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2항의 규정에도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 등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선암사 호명주지스님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우습고,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공인이라면 종교 색채나 자기 색채는 띠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국회의원이라면 종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지역 발전을 위해서 주민 대표성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천지일보 기자는 종교편향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이정현 후보 측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유세 등의 일정을 이유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노 후보도 종교편향 관련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구 후보는 “정통교단에서 (신천지를) 이단으로 봐서 CBS가 영적 전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했던 이야기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기성교단 소속 신자임을 밝힌 후보자들이 CBS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해 신천지를 비방하는 모습은 유권자의 대표가 아닌 기성교단의 대표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또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소수 국민의 인권은 짓밟아도 된다는 비열한 의식을 보여 준 것은 물론 공직자의 종교중립의무마저 무시한 한심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특히 CBS에 대해 “신천지에 신학적, 교리적 반박은 하지 못한 채 ‘이단’ ‘반사회적 집단’ 등 거짓 이미지 양산에만 주력해온 CBS가 4.13총선 토론회마저 신천지교회를 비방하는 장으로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신천지는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의뢰하는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선거 직전의 민감한 시기에 그렇게 말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국민의 대표이지, 특정한 종교의 대표가 아니다. 특정종교의 대표라는 사람일수록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며 낙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변상욱 CBS 본부장이 2014년 3월 모교회 특강에서 이재천 전 CBS 사장의 지시로 신천지 대책팀을 꾸렸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유튜브 해당영상 화면 캡처)

한편 기성 주류 개신교 교단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CBS는 ‘이단 신천지 아웃’ 또는 ‘이단 신천지 척결’ 등을 구호로 내걸고 신천지 퇴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월엔 강제개종교육 현장을 대상자 몰래 촬영해 제작한 다큐 8부작 ‘관찰보고서-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이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가 소송에 걸렸다. 최근엔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하이라이트를 긴급편성한 데 이어 특별좌담회 ‘이단 신천지, 끝나지 않은 싸움’도 내보낼 계획이다.

CBS 변상욱 본부장 겸 신천지대책총괄팀장은 CBS가 2012년부터 신천지 아웃 캠페인에 나선 진짜 이유에 대해 기성교인 급감에 따른 CBS경영난과 폐쇄 위기감에 따른 것임을 2014년 모 교회 특강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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