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정수연 경영연구소 소장, 화가)

Stainless steel 패널 위에 자동차 도료인 아크릴우레탄을 원료로 인테리어 광고판 인쇄 방식의 작업으로 만든 가로 46미터, 세로 5.5미터에 달하는 대형 벽화가 경기도 미술관에 설치되었다. 그렸다기보다는 칠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 작품은 동양의 간결함, 서양의 추상미학이 섞여 흰 바탕 위에 검은색 원과 직선으로 표현된 이상남의 대표작 ‘풍경의 알고리즘’이다.

마쓰다 유키마사의 책에서 언급하는 음양의 쌍, 나선, 직선과 원, 검은 사각형, 선과 연속, 상징화된 물체인 오브제가 그의 그림에서 등장한다. 우리 시대의 미술을 추구하는 무릇 훌륭한 작가가 다 그렇듯이, 박영택 교수가 평한 것처럼 그는 상당히 전략적인 발명가이며 논리적이고 혁신적이다. 구상과 추상회화의 구분이 필요 없는 이 시대에, 이 시대를 호령할 무엇인가를 찾아낸다는 것이 작가 정신이라면 그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다수의 훌륭한 작가들처럼 십수 년간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하며 나름 작가 정신을 지켜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부하지 않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고, 그림쟁이일 뿐이며 작가에게도 연구만이 살 길임을 그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난 어느 곳에서도 화가로서 한 몫을 할 수 있는 모든 게 준비된 청년작가다.”라고 그는 최근 50대 중반의 자신에 대하여 자신 있게 말한 적이 있다.

어느 교수도 얘기하였지만 세상에는 볼 게 매우 많고 읽을 것도 무척 많다. 수많은 출판물 홍수 속에 내가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하찮은 짓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자신감을 가질 때 표현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마찬가지이다. 열정과 자신감이 작가가 갖추어야 할 예술 정신이라고 보면 작가가 표현한다는 것은 바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포춘지에 나온 “실패하는 리더의 70%는 단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실행력의 부족이다. 오늘날 미국 경영자의 95%가 옳은 말을 하고 5% 만이 옳은 일을 실행에 옮긴다.”는 말처럼 실행이 중요한 시대에 그는 말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말이 되게 한다. 그는 화가로서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합리와 비합리,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건축, 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샛길을 걷는다고 하였고, 회화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며 모든 것을 포용할 수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독립된 기록화가 아닌 주변 환경, 건축과 소통할 수 있는 설치적 회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설치 자체가 쉬운 작업이 아니었는데 이런 대형 작품이 탄생한 것은 한국의 외장처리 건축기술과 작가의 예술이 절묘하게 접합한 사례라고 작가는 말한다. 사소할 수도 있는 이러한 설치기술이 있길래 작가는 좁은 작업실 밖으로 과감히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회화든 아니든 작가의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보면 작가는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작가가 할 수 있는 것과 남이 해줄 수 있는 것의 절묘한 결합을 끌어내는 것이 이 시대의 경쟁력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모 기업이 3억 원 이상의 작업비를 후원하여 진행될 수 있었는데 수요자와 작가, 후원자의 멋진 만남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작가도 눈에 뜨이지 않으면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바 예술과 사업과 삶의 멋진 만남을 위하여 미술 이해당사자(stakeholder) 모두의 공동 노력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50년 전통의 The Research Triangle Park (RTP)는 The Future of Great Ideas를 위하여 설립된 과학단지이다. 위대한 생각의 미래를 위하여 RTP가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정부, 학계, 업계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다. 물론 과학이 중심이 된 융합 움직임이지만 미국의 RPT와 같은 개념으로 한국의 미술 부분도 활성화시켜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이처럼 융합만이 경쟁력을 담보하는 시대에 작가 스스로도 작품 내적으로 다양한 융합을 실천하여야 하지만 작품 외적으로도, 즉, 기술적, 인적, 마케팅적으로 다양한 융합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작가들도 잔머리 경영에 관한 책 ‘Games at work’에 나오는 온갖 교묘한 술수를 쓰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훌륭한 융합을 실천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술계의 한 stakeholder인 나도 창의적으로 노력하겠지만 말이다. 융합을 강조하기 위하여 Michael Chung’s Art Show 전시 기간 중에 내가 개최하는 ‘피카소를 통하여 보는 창조경영’ 세미나는 나름 의미가 크다고 본다. 작지만 확신에 찬, 융합을 강조하는 예술 중심의 이러한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