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요즘이 선거철이다 보니 사회에서 회자되는 주제는 주로 정치이야기다. 20대 총선 후보자가 결정된 지금, 그간 말썽 많았던 여야 공천과정에서 단연 화젯거리는 ‘유승민’ 이야기였고, 그와 관련해 떠오르는 게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라는 말이다. 이 말은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좋은 듯하면 괴로움이 닥치고, 힘듦을 견디면 또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 의미로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호사다마(好事多魔)와 같이 경계를 일깨우기도 하고, 칠전팔기(七顚八起)와 같은 희망을 말해주기도 해 인간 삶의 교훈으로 삼는다. 새옹지마는 중국의 전기 등에서 많이 인용되는 바 그 원조는 한나라의 건국자인 유방의 손자인 유안(劉安)이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펴낸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다. 새옹지마(塞翁之馬)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국경의 북쪽 새상(塞上)에 사는 늙은이(翁)의 말’이란 뜻으로 다음과 같은 사연이 담겨져 있다.

북방 국경 새상에 한 늙은이가 말을 기르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기르는 말이 도망쳐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 너머로 가버렸다. 그 사정을 알고서 마을사람들이 찾아와 위로하자 늙은이는 “이것이 또 무슨 복이 될는지 알겠소?” 하며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후 뜻밖에도 도망갔던 말이 오랑캐의 좋은 말을 한 필을 데리고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이번에는 축하해주었다. 그러자 그 늙은이는 “그것이 또 무슨 화가 될는지 누가 알아요?”라고 말했다.늙은이의 아들이 말 타기를 좋아해 어느 날 아들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는데, 마을 사람들이 아들이 다친 것을 위로하자 늙은이는 “그게 혹시 복이 될는지 누가 알아요?”라고 말했다. 그런 일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랑캐들이 전쟁을 일으켜 쳐들어 왔고, 젊은 장정들이 징집돼 싸움터에 나가 싸우다가 모두 전사했지만 늙은이의 아들만은 다리가 부러져 징집되지 않았으니 무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새옹에 살던 늙은이가 집에서 기르던 말로 인해 길흉과 화복이 반복돼 일어났듯이 인간의 길흉화복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옹의 말(馬)처럼 새누리당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유승민 의원의 정치이야기도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흔히 겪는 길흉화복의 변화와도 같다. 거의가 최근에 벌어진 일들이고 반전(反轉)에 반전이 거듭됐으니 세인들의 관심도 높다. 알다시피 유승민 의원은 대구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의 영향을 받아 어렵지 않게 정계에 나섰고, 3선의 중진이 된 지난해 2월 여당의 원내대표에 당선돼 장래가 촉망되는 중견정치인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혀 지난해 7월 원내대표직에서 도중하차했고, 이번 20대 공천과정에서는 친박계의 ‘쳐내기 대상’으로 낙인찍혀 공천과정 내내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이 대구동을 지역에 대해 공천자를 확정하지 않고 시간끌기로 유 의원의 총선 출마 자체를 원천봉쇄하려는 지연 전략으로 나오자 무소속 출마가 가능한 마지막 데드라인인 3월 23일 밤 11시경 달리 방법이 없던 유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탈당의 변(辨)에서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 내용인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인용하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입니다”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 자신이 처한 입장을 지역구민과 국민들에게 호소하며 사정을 알리기도 했다.

2000년 2월 입당한 날부터 이날까지 당을 집처럼 생각했다는 유승민 의원에게 닥친 정치 현실은 참혹했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터에, 어쨌든 유 의원을 밀쳐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새누리당 공관위나 친박의원들이 좋아하는 사이에 당 핵심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공천과정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친박으로부터 당대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옥쇄 투쟁’으로 인해 또 반전(反轉)이 일어났고, 그 결과 무소속인 유 의원은 새누리당 무공천지역에서 야당 후보와 1대 1 결전을 하게 됐으니 4선은 따 놓은 당상이 됐다.

세상의 모든 일은 길흉화복이 이어지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라는 이 말은 참으로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구에게라도 살아가는 내내 흉하고 어려운 일만 계속된다면 무슨 희망을 갖고 살아갈까만 이번처럼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무대(武大)의 ‘옥쇄 투쟁’이 없었다면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정서가 아주 강한 대구지역에서 힘겨운 싸움을 했을 터인데, 원내대표 사퇴 이후 공천과정까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그에게 전화위복이 된 것은 사실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 유 의원의 경우는 힘겹고 어려운 날도 잘 참고 견디면 ‘쨍하고 해 뜰 날 찾아온다’는 교훈 같아서 두고두고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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