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사인이 붙어 있는 모습.(자료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화장실 이용 규정 놓고 시끌

(뉴욕=연합뉴스) '성전환 수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사람은 남자화장실을 이용해야 할까, 아니면 여자화장실에 가야 할까'

미국 사회가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이용을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24일(현지시간)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성을 기준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는 법을 발효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남자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여성의 외모와 옷차림을 하고 '성 정체성'(gender identity)도 여성인 사람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회는 전날 밤 비상 회의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켰고, 공화당 소속인 팻 맥크로이 주지시가 12시간 만에 서명해 시행에 들어갔다. 태어날 때의 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게 법으로 정한 주는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처음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이어 최소 13개 주도 유사한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영리단체인 '미국 주의회 의원 전국 콘퍼런스'(NCSL)가 밝혔다.

남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사인(자료사진)

그러나 일부 주와 주요 도시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뉴욕 시의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이달 초 개인의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이에 따라 트랜스젠더는 태어날 때의 성별이 아니라 현재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최대 도시인 샬럿도 지난달에 성전환 수술 여성이 여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인 제니퍼 로버츠 샬럿 시장은 "샬럿 시는 트랜스젠더가 아무 화장실이나 이용할 수 있게 오랫동안 허용해 왔다.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역사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필라델피아는 최근에 민간 기업에 1인용 화장실에는 남녀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성 중립'(gender-neutral) 사인을 부착하도록 요구했다.

사우스다코타 주는 태어날 때의 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으나, 주지사인 데니스 다우가르드가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경우이다.

트랜스젠더가 현재의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자는 주장은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을 금지한다는 명목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과거 남성이었던 사람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게 하면 잠재적인 범죄를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어 미국의 '화장실 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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