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부활’ 스틸. (제공: upi코리아)
 

사라진 시신 찾아나선 로마군
부활한 예수 직접 목격 ‘충격’

명예·지위 버리고 진실 쫓아
‘죽음 없는 세상’ ‘평화’ 갈망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황량한 유대 광야 저 멀리서 초췌한 모습의 로마 군병이 처벅처벅 걸어왔다. 로마군 사령관인 호민관 클라비우스였다. 허름한 옷은 전쟁터에서 싸웠다기보다 낡아버린 모습이었다. 그는 군복 위로 히브리인들이 입는 넝마 같은 외투를 걸쳤다. 먼 길을 걸어오느라 지친 모습이었음에도 눈빛은 또렷했다. 적군을 다 죽여야 한다는 전쟁터에서의 광기어린 눈빛이 아닌,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눈빛이었다. 그가 여행자들이 머무는 쉼터에 들어가 앉자 주인이 그를 맞는다. 그가 낀 반지를 보고 로마군 호미관이냐고 묻는 주인에게 그는 그가 경험했던 놀라운 내용을 차분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부활절을 앞두고 개봉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소재로 한 영화 ‘부활’의 첫 장면이다. 영화는 하나님도 예수도 믿지 않는 이방인 로마군 사령관이 바라본 예수의 부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큰 줄기는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십자가 처형 사건과 부활·승천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었지만, 이외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로마군이 시체를 수색하는 장면에서 예수 부활 후 모습을 목격하는 장면 등 대부분은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신앙인의 시각이 아닌 이방인의 시각으로 예수 부활 사건을 관찰하고자 했던 감독의 노력이 엿보였다.
 

▲ 영화 ‘부활’ 스틸. (제공: upi코리아)

◆‘평화’ 갈망했던 이방인 로마군

주인공으로 등장한 클라비우스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정치적이고 지능적이며 이성적인 인물이었다. 게다가 검투사로서 육체적 훈련과 무자비한 군인 정신을 훈련 받고 전쟁터에서 수많은 시체들을 대하며 그는 마음 속 깊숙이 ‘죽음이 없는 세상’ ‘평화’에 대한 갈망이 자연스럽게 싹텄다. 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예수를 마주하게 된다.

로마 총독 빌라도의 명령으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처리하기 위해 십자가 처형장으로 간 그는 눈을 뜬 채 갓 숨을 거둔 예수를 보게 된다. 이후 아리마대 요셉과 니고데모가 시신을 장사하기 위해 가져가고, 유대인의 대제사장 가야바의 압박을 받은 빌라도로부터 예수의 시신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는 장정 7명이 옮길 수 있는 거대한 돌로 무덤을 막고 인봉했다. 그리고는 부하들에게 무덤을 지키라고 지시하고 처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간밤에 시신은 사라졌고, 유대교 지도자들은 광분했다. ‘평화’를 운운하며 예수를 죽이라고 했던 유대교 지도자들은 이번에도 빌라도에게 ‘평화’를 운운하며 시신을 찾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그리고는 뒤로는 무덤을 지키던 보초들에게 돈을 주고 ‘예수의 시신을 제자들이 가져갔다’라고 거짓 증언을 하도록 사주한다. 그들은 메시아가 부활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빌라도를 압박했고, 빌라도는 가이사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클라비우스에게 시신을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 영화 ‘부활’ 스틸. (제공: upi코리아)

◆“이게 진실인지… 모든 것을 걸어도”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는 클라비우스는 제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가져갔다는 보초들의 거짓증언에 따라 수사에 나서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증언과, 밧줄이 터지고 돌이 날아간 흔적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현장 상황 등을 보고 혼란을 거듭한다. 목격자들을 신문한 끝에 결국 제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성공해 기습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주저앉고 만다. 자신이 십자가에서 죽음을 목격했던 예수가 살아나 제자들과 함께 있는 광경을 목도한 것. 그리고 예수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 모습을 본 후 수사를 포기하고 예수를 다시 만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로 갔다.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갈릴리에서 예수를 만났고,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묻는 예수의 물음에 “이게 진실인지… 모든 것을 걸어도 되는지”라고 답한다.

클라비우스는 자신의 명예와 출세를 위해서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예수 부활을 목격하고 난 후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을 정도로 순수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예수가 승천하는 것을 지켜봤고, 자신이 끼고 있었던 호민관 반지를 미련없이 뺀다. 로마군으로서의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다 버린 것이다.

이 영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예수 부활’이라는 사건을 이처럼 비신앙인의 시각으로 객관화했다. 부활을 부정하려 했지만 당시의 정황을 살펴볼 때 예수 부활이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며 배경지식으로 한 가지 알고 있어야 할 점은 예수의 탄생에서 죽음, 부활까지의 모든 내용은 이미 성경에 예언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예수의 기적과 이적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은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예수는 다시 오겠다는 재림까지도 약속을 해놓았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약속을 믿고 있다. 이 영화는 기독교의 꽃이라고 불리는 ‘부활’과 예수의 재림까지 성경에 기록한 약속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 영화 ‘부활’ 스틸. (제공: upi코리아)

◆개봉 6일만에 누적 관객수 4만명 돌파

영화는 대비되는 두 존재를 통해 오늘날 신앙인들의 자세까지도 생각하게 하고 있다.

클라비우스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진실을 알게 된 후에는 오히려 하나님의 자손이라고 외쳤던 유대인 지도자들보다 더 순수하게 믿었다. 그리고 그는 “확실한 것은 제가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라고 고백한 후 더 이상 칼을 손에 쥐지 않았다.

반면 당시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는 유대교 대제사장들은 사실 로마 왕으로부터 부여받은 대제사장이라는 직분에 모든 것을 걸고 예수를 외면했다. 또 유대인들이 예수 때문에 소요하자 자신의 권위가 없어질까 두려워해 빌라도를 압박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클라비우스를 연기한 조셉 파인즈는 인터뷰를 통해 “클라비우스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많은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누구나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며 “자신의 관점에서 어긋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흔들리는 클라비우스의 여정이 매우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부활’은 개봉 6일 만에 누적관객수 4만을 넘기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 전주에 개봉한 교황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프란치스코’의 관객수를 2배나 추월했다.

주연은 ‘허큘리스’ ‘베니스의 상인’ ‘세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열연한 조셉 파인즈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말포이’ 역으로 유명한 톰 펠튼이 맡아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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